26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서도호 작가가 전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08.26. © 뉴스1 김정한 기자
천으로 지은 집을 들고 세계를 유랑하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3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7일부터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서도호의 초대형 개인전을 펼친다.
26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서도호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개최 소감으로 "회고전이 아닌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이트 모던 전시가 지난 10년간의 작품 단면을 보여줬다면 이번 전시는 작업의 씨앗이 담긴 어린 시절 그림부터 신작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며 "특히 한국 관객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그간 쌓여온 미안한 감정을 나누며, 집을 매개로 기억, 공간, 관계의 확장을 보여주는 특별한 자리"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도호' 개인전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작가의 학창 시절 미공개 초기작부터 최근작, 대형 설치와 영상 등 500여 점을 3·4·5전시실과 공용공간, MMCA스튜디오 전반에 걸쳐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전시의 출발점인 복도에는 어린 시절 나무 조각과 대학 졸업작품 등을 모은 '시드 뱅크(Seed Bank)'를 꾸며 작가의 조형적 출발점을 보여준다.
3전시실에서는 성북동 옛집 대문을 재현한 '작은 문'(2017)과 종이 섬유 속에 실을 심어 넣은 200여 점의 드로잉이 관람객을 맞는다. 4전시실은 사라져가는 한옥과 극장 사택 표면에 한지를 대고 흑연으로 문질러 장소의 시간을 기록한 대표작 '러빙/러빙' 연작으로 채워졌다.
5전시실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거주했던 집의 손잡이와 스위치를 중첩한 '완벽한 집'(2024), 22m 길이의 신작 '둥지/들'(2024), 작은 인물상들이 투명 바닥을 떠받치는 기증작 '바닥'(1997-2000) 등을 선보인다.
MMCA스튜디오에서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품고 가족의 옷 주머니와 추억을 엮어낸 신작 '사랑의 기억'(2026)이 처음 공개된다. 그의 대표작 '아파트 A, 복도와 계단…'(2012)은 12월 18일부터 2027년 3월 28일까지 서울박스에서 온전한 형태로 공개된다.
'서도호' 개인전 전시 전경. 2026.08.26. © 뉴스1 김정한 기자
개막에 맞춰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싱가포르 STPI와 협력한 실드로잉 체험과 공개 대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배우 박보검이 전시 오디오 해설자로 참여해 미술관 앱을 통해 목소리를 전한다. 서울 전시 이후에는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과 홍콩 M+로 순회전이 이어진다.
서도호에게 집은 벽돌로 굳어진 고정된 건물이 아니라 가방 속에 접어 넣어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기억의 주머니이자 입는 옷이다. 이민자의 고단한 이동과 정착의 경험을 아름다운 반투명 천 작업으로 승화시킨 그의 작업은 개인의 사적인 추억을 현대인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고향의 온기로 확장한다.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이고 나란 누구인가를 조용히 되묻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적인 깊이를 입증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