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하나 주세요”…200년 고전, 편의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후 06:25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요즘 민음사가 떴다 하면 성공한다. 유튜브에 책을 소개하면 수십 년 된 고전이 베스트셀러로 역주행하고, 도서전에 편집자가 등장하면 독자들이 줄을 선다. 이번에는 빵이다. 200년 넘게 읽혀온 제인 오스틴의 고전소설 ‘오만과 편견’이 편의점 빵으로 변신했다.

27일 출판·유통업계에 따르면 민음사와 GS25가 손잡고 선보인 ‘문학빵’이 출시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1일 먼저 출시한 안톤 체호프의 작품명을 활용한 ‘사랑에 대하여’ 모카번과 문정희 시집에서 이름을 딴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깨찰빵은 사흘 만에 5만개가 팔리며 GS25 빵 상품 매출 1·2위에 올랐다. 26일에는 ‘오만과 편견’ 모카번과 허연 시집에서 이름을 가져온 ‘나쁜 소년이 서 있다’ 깨찰빵까지 가세했다.

GS25와 출판사 민음사가 협업해 출시한 '오만과 편견' 빵(사진=GS25).
GS25와 출판사 민음사가 협업해 출시한 '오만과 편견' 빵(사진=GS25).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오만과 편견’이다. 제인 오스틴이 1813년 발표한 소설이 한국 편의점 빵 진열대에 놓였다. “오만과 편견 하나 주세요”라고 하면 이제 책 대신 우유크림맛 모카번을 건네받는다. 오래된 고전과 편의점 빵,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오만과 편견’의 빵 변신이 낯설지 않은 건 민음사가 이미 고전을 젊게 즐기는 법을 보여줘 왔기 때문이다. 민음사는 딱딱하고 오래된 책이라는 고전의 이미지를 유튜브와 굿즈, 북클럽 등으로 꾸준히 허물어왔다. 그 중심에는 구독자 55만명을 확보한 ‘민음사TV’가 있다. 편집자와 마케터가 직접 등장해 책을 소개하고,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최고의 한 권을 고르는 ‘월드컵’을 벌이는 식이다. 오래전 출간한 책이 영상에 등장한 뒤 다시 베스트셀러에 역주행하는 일도 생겼다.

민음사TV의 인기는 출판사 밖으로도 번졌다. 채널에 출연하는 편집자와 마케터들은 이제 각종 출판 행사에서 독자들이 줄을 서서 만나는 ‘인플루언서’로 떠올랐다. 출판사가 책 한 권을 홍보하는 데서 벗어나 ‘민음사’라는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게 만든 셈이다.

‘민음사빵’은 민음사가 쌓아온 팬덤과 고전의 매력을 편의점으로 확장한 사례다. 익숙한 세계문학전집의 디자인에 빵과 캐릭터, 굿즈를 결합해 책 밖에서도 고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권하는 대신 고전을 먹고, 모으고, 인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특히 빵에 무작위로 들어 있는 책갈피는 고전을 읽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취향으로 소장하는 재미까지 더했다.

‘민음사빵’의 흥행은 단순히 유명 출판사 이름을 빵 봉지에 붙인 결과만은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세계문학전집의 자산에 유튜브로 키운 젊은 팬덤과 편의점의 접근성이 더해졌다. 20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난 ‘오만과 편견’이 2026년 한국의 편의점 빵 진열대에서도 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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