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작가의 '국수 먹는 아토마우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예전엔 하루 방문객이 10명 정도에 그쳤는데 최근엔 30명 정도가 찾아온다”면서 “얼마전 일본 잡지에 갤러리가 소개됐는데 이후 일본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아졌다. 인근 에르메스 등 명품 매장을 찾았다가 갤러리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청담 아트 투어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도산대로를 중심으로 갤러리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어 일부 갤러리들은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블록 안에서 4~5곳 정도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고, 인근 갤러리도 도보로 10~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아트 투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갤러리 대부분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마음에 드는 전시가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면 된다. 작품을 보고 다시 골목으로 나와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청담 아트 투어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동기 작가의 버블시리즈
‘버블’ 시리즈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이미지에 ‘균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어느 한쪽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버블이 터지는 것처럼,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등 상반된 요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결처럼 이어지는 선과 색으로 파동을 시각화한 김영헌 작가
작품을 보는 재미는 ‘한 획’에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혁필기법에서 착안해 가죽붓으로 여러 색의 물감을 묻혀 화폭에 담아냈다. 붓이 지나가는 순간 손의 떨림과 속도, 물감의 두께가 고스란히 화폭에 남는다.
김영헌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0과 1 사이에서 사라지는 작은 신호와 노이즈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빛과 소리, 음악처럼 보이지 않는 파동을 선과 색으로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붓이 한 번만 지나갔어도 그안에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면서 “한 번의 붓질에 색과 물감의 두께, 손의 미세한 떨림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상원 작가의 '바다 시리즈'
물감의 두께가 만들어내는 질감 때문에 그림 속 물결과 윤슬이 실제로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봤을 때는 평온한 휴양지 풍경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붓질과 물감의 두께가 만들어내는 물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청담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유진갤러리’는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오래된 공간의 특성을 살려 마치 작가들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안리 작가의 테이블과 드로잉, 정수경 작가가 유리 작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석고틀, 경현수 작가의 아트 토이 등을 작품과 함께 배치해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 과정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만 덩그러니 놓인 전시장보다 작가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엿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같은 크기와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은 제각각이다. 한정된 규격 안에서 작가마다 다른 해석이 나왔다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내달 12일까지 매일 오후 4시께 진행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 ‘미노타우루스(Minotaurus)’도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청담 아트 투어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개별 갤러리 관람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인근 명품 매장을 둘러본 뒤 갤러리를 찾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었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청담이 쇼핑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로렌시나 화란트리 송은 관장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출장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한국은 상시적으로 500여개 미술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데 전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수준이다. 이번 청담 갤러리 투어를 통해 K아트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