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56메가 D램 세계 최초 개발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29일, 오전 06:00

삼성전자 반도체 D램. © 뉴스1 DB

1994년 8월 29일,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날이다. 기술 종속국에 머물던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기술 표준을 앞서 이끌기 시작한 결정적인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일본의 굳건한 독무대였다. 도시바, 히타치, NEC 등 쟁쟁한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며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군림했다. 그러나 한국이 64메가 D램에 이어 256메가 D램마저 세계 최초로 선점하자 전 세계 반도체 산업 지형은 단숨에 격렬한 지각변동을 맞이했다.

256메가 D램은 신문 2000장 분량의 활자와 단행본 200권 분량의 데이터를 손톱만 한 칩 하나에 온전히 담아내는 당시 최고의 첨단 기술이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400분의 1 수준인 0.25마이크로미터 미세공정을 적용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며 차세대 멀티미디어와 PC 대중화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기적 같은 쾌거 뒤에는 연구진의 처절한 집념과 사투가 있었다. 연구원들은 연구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쪽잠을 자며 밤낮없이 공정 개발에 매달렸다. 1983년 '도쿄 선언' 이후 막대한 적자와 안팎의 회의론 속에서도 과감한 선제 투자를 밀어붙인 결단과 기술자들의 땀방울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이 성과는 한국 산업의 체질을 단순한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미국과 일본의 기술 장벽을 허물고 메모리 주도권을 한국으로 가져왔으며, 30년 넘게 이어질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 코리아'의 확고한 깃발을 꽂았다.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신화의 뿌리는 이날 기흥의 256메가 D램에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30여 년 전의 담대한 승부수는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게감 있는 이정표로 살아 숨 쉰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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