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이비츠 라디오 방송국, (출처: Oberschlesischer Verkehrsverband e.V. Ratib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39년 8월 31일 밤, 독일과 폴란드 국경 인근의 작은 독일 도시 글라이비츠(현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촉발한 기만극이 펼쳐졌다. 나치 친위대(SS) 소속 대원들이 폴란드군 군복을 입고 자국 라디오 방송국을 기습 점거한 '글라이비츠 사건'이다.
알프레트 나우요크스가 이끄는 침투조는 방송국을 장악한 뒤 마이크를 잡고 폴란드어로 반독일 선동 방송을 내보냈다. 폴란드가 독일을 침공한다는 거짓 메시지였다. 이 작전은 폴란드 침략의 구실을 만들고 국내외 여론을 속이기 위해 아돌프 히틀러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통조림 작전'의 일환이었다.
나치는 완전범죄를 위해 끔찍한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나치에 비판적이던 독일계 폴란드인 프란치셰크 호니오크를 살해한 뒤 폴란드 군복을 입혀 현장에 시신으로 방치했다.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을 살해해 '현장 사살된 폴란드군'으로 둔갑시킨 이 잔혹한 증거 조작 대상에 나치는 '통조림'이라는 은어를 붙였다.
조작된 사건은 즉각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튿날인 9월 1일 새벽, 히틀러는 폴란드가 독일 영토를 침범했다며 전면 침공을 명령했다. 6년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이 국가 권력이 날조한 거짓 총성 속에서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짓 명분은 영원하지 못했다. 종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작전 지휘관 나우요크스의 자백과 기밀문서가 공개되며 추악한 자작극의 전모가 드러났다. 피해자로 둔갑해 침략을 정당화하려던 나치의 위선은 역사의 법정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단죄됐다.
글라이비츠의 총성은 권력이 침략의 야욕을 위해 진실을 어떻게 유린하는지 보여준 서글픈 기록이다. 조작된 명분이 전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었던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가짜 뉴스와 왜곡된 선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진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