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부터 '토끼의 사실'…김선재 네 번째 소설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8월 31일, 오전 06:01

'감상 세계'는 고립·죽음·트라우마가 반복되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개인과 사회가 망각한 비극의 내면을 파고든다.

'감상 세계'는 고립·죽음·트라우마가 반복되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개인과 사회가 망각한 비극의 내면을 파고든다. 김선재는 단편 8편에서 간첩 사건 피해와 이태원 참사를 스치는 삶의 장면을 끌어온다.

소설 속 비극은 특별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물들은 내면에 쌓인 상실과 불안을 지나며 일상의 균열을 드러내고, 작품은 그 균열을 개인의 언어로 붙든다.

'1978'에는 간첩 사건의 피해가 남긴 삶이 등장한다. '토끼의 사실'은 이태원 참사로 연인을 잃은 화자가 말을 멈추기로 하는 장면을 통해 사회적 사건이 개인의 내면에 남기는 흔적을 비춘다.

표제작 '감상 세계'에서는 눈에 갇혀 시력이 흐려진 일흔두 살 친구에게 책을 읽어준 기억과 답장 없는 메일이 이어진다. "친애하는 나의 친구들은 지금 눈 속에 있다"는 문장은 작품집 전체를 가로지르는 고립과 소멸의 정서를 압축한다.

'물과 오후'의 인물은 바다를 건너는 배 안에서 슬픔과 피로를 견딘다. 다른 장면에서는 간첩으로 몰려 끌려간 아버지와 너울에 휩쓸린 여동생의 기억이 섬을 떠난 인물의 유년에 겹쳐진다.

'계절의 끝'은 돌봄의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몸과 관계의 무게를 보여준다. '어느 날 숲속에서'는 편의점 계산대와 떨어지는 꽃의 이미지를 나란히 놓으며 아름다움과 끔찍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각을 포착한다.

김선재는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2007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그녀가 보인다', '어디에도 어디서도', '누가 뭐래도 하마'와 장편소설 '내 이름은 술래', '노라와 모라' 등을 펴냈다.

△ 감상 세계/ 김선재 지음/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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