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후의 질서’는 혼돈의 시대를 관통하는 무역전쟁 생존 안내서다. 경제 칼럼니스트 수마야 케인스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통상 정책을 설계했던 전 미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채드 바운이 함께 썼다. 두 저자는 각국의 정책 결정자, 다국적 기업 임원, 통상 협상 실무자 등 100여 명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담아냈다.
저자들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냉혹하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며, 그가 물러나더라도 미국이 다시 자유무역의 보증인으로 돌아올 일은 없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은 이미 진영을 막론한 현실이 됐다. 낡은 질서는 완전히 끝났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오지 않은 공백기라는 진단이다.
책은 무역전쟁을 실제 전투에 빗대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정부·기업·대중이라는 세 주역이 각자의 셈법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한다. 이후 취약점 진단과 보조금·비축을 통한 방어 전략, 수입 장벽과 수출 통제라는 공격 기술을 차례로 다룬다. 관세, 보조금, 수출 통제 등 강대국들이 휘두르는 무기들을 낱낱이 해부하면서도 감정적 불평이 아닌 냉정한 비용편익 계산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한국 독자를 위해 쓴 특별 서문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자 희토류 무방비국인 한국이 질서 재편의 최전선에 위태롭게 서 있다”며 “오직 냉정한 취약점 진단과 동맹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대국의 횡포를 원망하는 순간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것이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서늘한 통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