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키아프 서울 2026’과 ‘프리즈 서울 2026’이 동시에 개막한다. 5년 계약으로 한 지붕 아래 나란히 여는 ‘키아프리즈’로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행사다. 지난해 ‘키아프 서울 2025’ 전경(가운데). 왼쪽 아래는 올해 ‘키아프 서울 2026’ 학고재갤러리에 걸릴 하정우의 ‘무제’(2024), 오른쪽 위는 ‘프리즈 서울 2026’ 하워즈 앤 워스에 걸릴 조지 콘도의 ‘파란색 대각선 추상화’(2023)다(사진=이영훈 기자, 학고재갤러리·하워즈 앤 워스).
대한민국에 벅적지근한 미술판을 펼쳐 온, 일명 ‘키아프리즈’가 올해도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관을 사이좋게 나눠 함께 개막한다. ‘키아프 서울’은 6일까지 닷새간, ‘프리즈서울’은 5일까지 나흘간 그림장사를 이어간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D홀에 판을 벌이고, 2일 첫날에는 VIP 프리뷰로, 3일부터는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한다.
‘프리즈 서울 2025’ 전경. 타데우스로팍이 내건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프랑스의 엘케 Ⅲ’(왼쪽·2019)가 보인다. 지난해 바젤리츠의 대형회화 3점을 가져온 타데우스로팍은 그중 ‘그것은 어둡습니다, 그것은’(2019)을 180만유로(약 29억원)에 판매했다. 빨간 핸드백에 긴 다리를 단 에르윈 웜의 조각 ‘덧없음’(Vanity, 2023)은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작품 중 하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프리즈 서울 2025’ 전경. 한 관람객이 조지 콘도의 ‘퍼플 선샤인’(Purple Shunshine, 2025)을 오래도록 지켜봤다. 하우저앤워스 부스에 걸린 이 작품은 120만달러(약 16억 7000만원)에 판매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화랑협회와 절반의 세월을 함께했다. 2002년 한국에서 처음 ‘국제아트페어’로 나선 키아프는 이제 25회째다. 그 회차에 얹은 주제가 ‘공존’이다. 지난해부터 키아프는 아트페어를 아우르는 테마를 잡고 “숫자 늘리기보다 질적 수준을 높여 내실을 강화해보자는 의미”를 살리고 있다. 국내 주요 화랑이 올해에도 그 의미에 동참했다.
김민정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 2020).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6’에 갤러리현대가 내거는 작품 중 하나다(사진=갤러리현대).
선화랑은 ‘손의 계보’라는 테마를 정하고 작가 17인의 45여 점을 내건다. 이정지·곽훈·이숙자·구자승 등 원로부터 이길우·이만나·강유진·류지안·이채영 등 중견·신진을 망라한다. 노화랑은 1970년대생 이강욱 작가로 단독부스를 꾸린다. 갤러리조은은 권용래·조원재·마이코 코바야시 등 갤러리의 주요 작가들과 함께 새롭게 발굴한 신진작가 성률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아뜰리에아키는 권능·임현정·정성준·정유미·이미정 등 화단을 대표하는 ‘허리 작가’ 5인을 골랐다.
임현정의 ‘다람쥐가 있는 풍경’(Landscape with a Chipmunk, 2024).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6’의 아뜰리에아키 부스에 걸린다(사진=아뜰리에아키).
사실 키아프가 올해 시도한 ‘비장의 카드’는 따로 있다. 디자이너 정구호를 선임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만든 일이다. 키아프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으로 전시 동선과 부스를 다시 짜고,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엿본 특별전(‘휴멀’ ‘버추얼 바이털’) 기획까지 맡았다. 정 디렉터는 “쉼이라는 개념으로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재구성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전통을 유지하며 변화를 가져가는 동시성 위에 독창적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고도 했다.
성률의 ‘클라우드 15’(Cloud 15, 2026).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 2026’에 갤러리조은이 내거는 작품 중 하나다(사진=갤러리조은).
프리즈 서울이 여느 해와 다른 점은 한국 갤러리를 대거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모두 57개다. 첫해인 2022년에는 110여 개 참여 갤러리 중 한국 갤러리는 12개뿐이었다. 지난해 최대치로 늘어난 한국 갤러리 수도 31개였던 터. 이를 두고 프리즈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 갤러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단편적 해석보단 해외 유수의 갤러리가 다수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따른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즈 서울’ 첫회에서 한국 관람객이 압도당한 건 이전까지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왔던 장면이니까.
데이미언 허스트의 ‘우리가 빠져든 것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 따스하고 뜨겁게 퍼져나가는 소용돌이,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선사하는 신의 선물’(2019).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6’ 갤러리즈 세션 중 거고지언 갤러리에 나선다(사진=프리즈).
그 지향 아래 꾸린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에는 거고지언,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화이트큐브, 리만머핀, 타데우스로팍 등 세계 주요 화랑들이 부스를 차린다. 거고지언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만으로 솔로부스를 꾸리고, 데이비드 즈워너는 캐서린 번하드,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회화작품을 내세웠다. 하우저 앤 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 조지 콘도와 제니 홀저의 회화작품을 꺼내든다. 해외 갤러리가 주목한 국내 작가 작품도 적잖게 나설 예정이다. 리만머핀이 서도호의 솔로 부스를 꾸리는 데 이어 페이스갤러리는 유영국, 타데우스로팍은 이강소, 화이트큐브는 박서보 등을 예고했다.
캐서린 번하드의 ‘볼라’(Vola, 2025).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6’ 갤러리즈 세션 중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에 걸린다(사진=프리즈).
유영국의 ‘워크’(1989).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 2026’ 갤러리즈 세션 중 페이스갤러리가 내거는 작품 중 하나다(사진=프리즈).
키아프와 프리즈, 두 아트페어는 2022년부터 공동개최를 해왔다. 비단 5회째라는 횟수도 횟수지만 이번 회는 의미가 각별하다. 프리즈가 “세계에 진출한 다섯 번째 아트페어”로 서울을 선택하고 키아프가 그 손을 잡았을 때 첫 계약은 ‘2022년부터 5회’였던 거다. 이후 지난해 12월 협력을 이어가는 ‘5년 재계약’을 확정해 기간을 연장해 뒀다.
‘프리즈 서울 2025’ 전경. 가족으로 보이는 관람객이 글래드스톤 부스에 걸리고 매달린 아니카 리의 조각·회화작품들을 둘러보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쨌든 한 단계 마무리가 지어진다. 혹여 미리 알려진 ‘분리개최’가 당장 올해 행사에 영향을 미칠까, 주최측에는 슬쩍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갤러리들은 다르다. 그저 “어떻게든 시장의 긴 침체가 끝을 봤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