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적 표준은 가능한가'
'중국적 표준은 가능한가'는 서구 중심 국제질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중국적 표준이 역사·정치·군사·사회경제 영역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짚는다. 장정아 등 11명의 필자는 동아시아 권역 질서부터 기업 ESG, 기술 기반 기층 거버넌스, 철도 궤간, 한국화교의 지위 변화까지 분석 범위를 넓혔다.
중국적 표준은 하나의 제도나 정책만을 뜻하지 않는다. 중국이 자국의 경험과 질서를 국제적 규범으로 제시하려는 흐름을 역사와 현재의 여러 층위에서 살핀다. 책은 이 흐름이 정치·군사·경제·사회관리와 물적 인프라에 걸쳐 나타난다고 본다. '중국적 표준'이란 말의 모호함을 각 분야의 사례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첫머리는 동아시아를 중국 중심 질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책봉·조공 체제의 역사와 함께 여러 권역과 행위자가 중첩된 공간으로 동아시아를 바라보며, 중심과 부중심이 연동하는 복합질서를 제시한다. 중국의 전략도 주변국의 정책과 맞물려 굴절되고, 동아시아 전체의 역동적인 질서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중국공산당 100년의 세계관 변천은 중국적 표준의 사상적 배경으로 다룬다. 종속된 세계관에서 출발해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구분, 덩샤오핑 시기의 변화, 21세기의 지속과 변화를 따라간다. 시진핑 집권기에 등장한 인류운명공동체와 글로벌 발전·안보·문명 이니셔티브는 국제질서의 규범적 방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으로 짚는다. 중국식 현대화 담론은 '현대화=서구화'라는 등식에 맞서 중국 경험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과정으로 놓인다.
정치·군사·대외 정책을 다룬 장에서는 시진핑 시기 당-국가 체제의 재강화와 당사 재해석, 전면적 군 개혁을 검토한다. 군 개혁은 무기·장비 현대화와 조직구조 변화뿐 아니라 군에 대한 공산당의 정치적 통제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다뤄진다. 중국의 경제제재가 비공식 제재에서 미·중 무역전쟁 이후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도 별도 장에서 살핀다.
기업과 사회 영역은 표준이 일상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의 ESG 수행을 '기대 기반 질서'와 정치적 정렬의 관점에서 살피고, 당-국가 자본주의와 기업 거버넌스의 결합을 분석한다. 법과 제도의 텍스트를 넘어 기업의 일상 행위에서 질서가 수행되는 방식을 살핀다는 점이 핵심이다.
표준의 형성은 철도 궤간 같은 인프라에서도 확인한다. 오송철도는 재정 문제로 협궤를 채택했지만 이후 철도 발전의 연속성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당서철도는 전국 철도망과의 관계를 고려해 표준궤로 부설됐다. 공저들은 이 대비를 근대 동아시아 철도망의 표준 설정 과정으로 읽으며 한중일 3국의 철도 궤간을 비교한다.
마지막 장은 한국화교를 통해 표준과 비표준의 경계를 살핀다. 국적법·출입국 제도, 영주권과 지방선거 참정권의 변화를 따라 한국 내 화교의 법적 지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리한다. 관리 대상이던 정주 외국인이 부분적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받아 온 과정은 다문화주의의 한계와 과제를 드러낸다. 가장 오래된 이주민 집단인 화교를 포용하지 못해 온 역사도 함께 짚는다.
이 책은 중국을 단일한 중심으로만 보는 시선을 넘어, 질서가 이념·제도·기업·기술·인프라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핀다. 중국적 표준이 세계질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과정과 그 경계를 함께 묻는다.
△ '중국적 표준은 가능한가'/ 장정아·전인갑·이원준·정주영·안치영·구자선·조형진·박영수·김명준·김지환·송승석 지음/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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