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과학기술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그늘에 놓였던 과학화의 150년을 1876년 개항부터 1990년대까지 잇는다.
'한국 근현대 과학기술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그늘에 놓였던 과학화의 150년을 1876년 개항부터 1990년대까지 잇는다. 사회평론의 '근현대 한국사 새로 읽기' 7권 8책 가운데 5권이며 80년의 점진적 축적과 50년의 급진적 발전을 함께 짚으며 '과학한국'의 성취와 과제를 다룬다.
과학기술은 한국 사회를 이루는 기반이지만 근현대사 서술에서는 주변으로 밀려나기 쉬웠다. 저자는 과학기술을 산업화의 부속물로만 보지 않고 사회의 인식과 발전을 움직인 독자적 축으로 놓는다. 연간 연구개발에 100조원대가 투입되는 현실과 역사 서술의 간극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한국 과학기술이 해방 뒤나 1960년대 경제개발과 함께 갑자기 생겨났다는 현재주의적 시각을 비판한다. 근대 과학기술을 서양이나 일본의 일방적 시혜로 보는 식민주의적 관점에도 선을 긋는다. 서술의 시작점은 1876년 개항기다.
19세기 말 고종의 교서와 영선사행, 한글 모스부호 제정, 관립 기술학교 설립은 자주적 근대국가를 향한 움직임으로 다룬다.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조선 정부와 유학생의 활동을 사료로 되짚는다. 근대 과학기술의 유입을 단순한 외부 이식이 아니라 여러 단편을 하나의 체계로 엮는 과정으로 본다.
일제강점기에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조선인을 배제한 식민지 지배의 구조를 수치와 함께 살핀다. 그 속에서도 1930년대 김용관을 중심으로 번진 '과학조선 발흥' 운동과 박물학·화학 분야 학술단체의 활동을 추적한다. 조선인 과학자들이 '과학조선의 건설'을 내걸며 과학기술 기반 국가를 모색한 흐름도 담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은 남북 과학자의 단절을 남겼고, 1950년대에는 고등교육과 과학기술 인력이 빠르게 늘었다. 과학기술계 학과를 둔 대학이 40여 곳에 이른 시기와 미국의 기술 원조를 거쳐 국가 주도 개발계획이 이어졌다. 1960~70년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과학기술처 창설, 과학기술 제도의 확충은 이 흐름의 한 축을 이룬다.
1980~90년대에는 산학연 총력전과 특정연구개발사업, G7 프로젝트를 거치며 연구개발의 중심이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의 D램 메모리 반도체, 현대자동차의 독자 알파엔진, CDMA 이동통신은 산업기술 중심 성장의 사례로 제시된다. 책은 이를 80년의 점진적 축적과 50년의 급진적 발전기가 맞물린 역사로 정리한다.
급속한 추격의 성과만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는 사회적 유용성, 정치권력과의 연계, 불균등 발전전략, 규모의 과학기술을 한국 과학기술의 네 특성으로 꼽는다. 이 구조가 기초과학의 상대적 부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과학문화, 정치권력과 결합한 자율성 저하, 친환경 기술 경시로 이어진 문제도 함께 짚는다.
김근배는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로 있다. 근현대 한국의 과학과 과학자, 남북한 과학 비교사를 연구해왔으며 '한국 과학기술혁명의 구조' 등을 펴냈다.
△ '한국 근현대 과학기술사'/ 김근배 지음/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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