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속의 한국 시민사회의 개벽 과정'은 조선 후기부터 식민지 시기까지를 개인의 권리와 의무, 시민사회의 성장이라는 흐름으로 다시 짚는다.
'세계사 속의 한국 시민사회의 개벽 과정'은 조선 후기부터 식민지 시기까지를 개인의 권리와 의무, 시민사회의 성장이라는 흐름으로 다시 짚는다. 사회평론의 '근현대 한국사 새로 읽기' 7권 8책 가운데 4권이며 동학농민혁명과 3·1혁명, 6·10만세운동·신간회운동을 '개벽'의 연속된 과정으로 묶었다.
한국 근현대사는 국가와 민족,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백성'이 근대적 '국민'을 거쳐 시민적 주체로 변모한 과정을 중심에 둔다. 신분적 평등과 국민주권, 참정권, 자치권, 영업의 자유, 토지의 권리와 의무를 요구한 사회세력의 성장을 따라간다.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동학농민군, 국채보상운동, 애국계몽운동, 신민회운동은 권리·의무 의식이 넓어진 사례로 제시된다. 저자는 식민지배기에 '국민'이 동원과 통제의 뜻도 지니게 된 역사를 함께 살피며, 그 시기의 새 사회세력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시민'을 택한다.
2장은 다산 정약용의 '인'과 '천'을 출발점으로 다산학과 동학사상의 연결을 검토한다. 유학과 서양 문명이 만난 자리에서 형성된 '제3기 유학'도 다룬다. 근대적 인권과 시민의식이 외래 사상의 일방적 이식이 아니라, 조선 후기 사상 자원과 외부 문명의 접촉 속에서 형성됐다는 관점이다.
책의 중심 개념인 '개벽'은 천도교의 개벽사상, 대종교의 개천·중광 사상, 기독교의 천부인권과 민주주의 사상을 잇는다. 저자는 이를 인간의 존엄과 평등, 자유와 평화를 향한 사상적 흐름으로 읽는다. 이른바 '광의의 개벽론'은 신분질서에 맞선 개인의 권리와 반식민 독립운동의 사상적 기반, 좌우 세력의 협력 구상으로 이어진다.
4장과 5장은 동학농민혁명을 시민 형성과 반봉건·반침략 혁명으로, 3·1혁명을 탈식민지 해방운동이자 민주공화혁명으로 규정한다. 27개조 폐정개혁안과 집강소의 실태, 손병희의 개벽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개혁과 독립운동의 연결을 살핀다. 손병희는 49일 연성수련회를 일곱 차례 열어 384명의 비밀 독립운동 요원을 양성했고, 40여 개 이상의 학교도 운영했다.
3·1혁명을 다루는 시선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최제우·최시형·손병희로 이어진 개벽사상의 축적, 종교·사회세력의 연대, 시민사회의 내부 역량을 주요 동력으로 본다. 민족대표 33인과 거리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독립을 지원한 여성·어린이·노인까지 넓은 시민사회를 이 혁명의 기반으로 놓는다.
6장은 6·10만세운동과 신간회운동을 '개벽 제3파'이자 좌우합작의 역사적 시도로 다룬다. 상하이임시정부의 좌우합작과 여운형의 활동도 함께 살피며, 중도통합을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닌 서로 다른 세력이 시민과 함께 균형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동학농민혁명에서 3·1혁명, 신간회운동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시민의 역사라는 질문으로 되돌린다.
김영호는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로 근현대 한국경제사를 전공했다. 경북대학교와 일본 오사카시립대학, 도쿄대학에서 강의했으며, '세계사 속의 다산학' 등을 펴냈다.
△ '세계사 속의 한국 시민사회의 개벽 과정'/ 김영호 지음/ 4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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