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미 관계사'는 1910년 미국이 한국의 강제병합을 인정한 시기부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미국의 대한정책과 한미 관계 형성 과정을 좇는다.
'근현대 한미 관계사'는 1910년 미국이 한국의 강제병합을 인정한 시기부터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미국의 대한정책과 한미 관계 형성 과정을 좇는다. 사회평론의 '근현대 한국사 새로 읽기' 7권 8책 가운데 2권이며, 한국의 대미 외교 기대와 미국의 국제정세·이해관계가 맞물린 변화를 사건별로 짚는다.
한미동맹을 출발점처럼 보는 시선과 달리, 책은 양국 관계가 무관심과 개입, 동맹의 단계를 거쳐 형성됐다. 미국은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강제병합을 인정한 뒤 한국 문제를 일본의 내정으로 취급했고, 한국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의 '거중조정' 조항과 미국의 선의에 기대를 걸었다. 이처럼 양국의 기대와 정책은 처음부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1장은 러일전쟁 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정부가 일본을 러시아 남하를 견제할 동아시아 세력으로 보고 한국 지배를 인정한 과정을 다룬다. 을사늑약 뒤 미국이 서울 외교공관을 철수하고 강제병합을 승인한 배경에는 태평양 전략과 국제정치적 이해가 놓여 있었다. 당시 미국이 유지하려 한 한국 관련 이해는 운산금광 등 경제적 이익과 선교 특권, 기독교 학교·병원·시설의 권리였다.
2장은 1919년 3·1운동과 파리강화회의, 1921년부터 1922년까지 열린 워싱턴회의를 따라간다. 여운형과 김규식, 이승만, 재미 한인사회 등 독립운동 세력은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고 미국의 지원을 구했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알려진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는 이들에게 국제정세 변화가 독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낳았다.
하지만 3·1운동이 미국 사회에 알린 한국 문제와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달랐다. 주한 선교사와 미국 종교계·언론·정치권에서는 평화적 독립운동과 일본의 탄압을 향한 인도주의적 관심이 나타났다. 반면 미국 정부는 한국을 일본의 내정으로 판단했고, 독립을 공식 지지하거나 일본과 외교적 갈등을 감수하며 개입하지 않았다. 책은 이를 '인도주의적 관심과 외교적 무관심'이라는 두 태도로 정리한다.
전환은 1941년 태평양전쟁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일본과 전쟁을 벌이면서 한국을 일본에서 분리해 독립시켜야 할 지역으로 인식했고, 1943년 카이로선언은 한국 독립과 국제신탁통치 구상을 함께 담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승인과 즉각 독립을 요구한 독립운동진영의 대미 외교도 이 흐름 안에 놓인다. 저자는 이 시기의 정책 변화를 '무관심의 종언'으로 부른다.
해방 뒤에는 38선 분할, 미군정, 모스크바 3상회의와 미소공동위원회, 한국 문제의 유엔 이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주한미군 철수가 이어진다. 1945년 일본 패망 뒤 한반도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미국과 소련이 나눠 점령했다. 남한의 미군정은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점령정책을 추진했고, 현지 미군정의 국가주의적 정책과 미국 국무부의 국제협력적 대한정책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된 뒤 미국은 한국 문제를 유엔으로 넘겼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그러나 미국은 별도 안보공약이나 동맹조약을 제공하지 않은 채 1949년 주한미군 철수를 마쳤다. 책은 개항 뒤 교회·학교·병원 등을 통해 축적된 미국 기독교와 한국 사회의 관계가 해방 뒤 미군정과 결합하며 친미적 정치·사회세력 성장의 기반이 된 과정에도 주목한다.
마지막 장은 1950년 북한의 남침과 미국·유엔의 개입, 38선 북진과 중국의 참전, 휴전회담을 거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다. 전쟁은 북한과 남한의 내전적 성격을 넘어 미국과 유엔, 중국이 개입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인천상륙작전 뒤 북한 지역 통치권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나타났고, 중국군 참전 이후 전선이 교착되면서 1951년부터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는 휴전에 반대하며 북진통일을 주장했고 미국에 확실한 안보공약을 요구했다. 반공포로 석방을 계기로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조약 협상을 본격화했고, 한국은 휴전을 방해하지 않는 대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국군 증강, 군사지원을 확보했다. 1953년 체결된 조약은 양국 관계를 동맹으로 묶는 전환점이 됐다.
이 책은 현재의 한미 관계를 당연한 결과로 두지 않고, 한국의 요구와 미국의 정책 변화가 어떤 사건을 거쳐 결합했는지를 묻는다.
△ 근현대 한미 관계사/ 정병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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