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의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 읽기 - 상'은 일본제국의 역사교육과 식민주의적 해석이 남긴 통설을 여섯가지 쟁점으로 다룬다.
이태진의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 읽기 - 상'은 일본제국의 역사교육과 식민주의적 해석이 남긴 통설을 여섯가지 쟁점으로 다룬다. '근현대 한국사 새로 읽기' 7권 8책 총서의 첫 권으로 상·하권으로 나뉘었다.
저자는 동학농민운동, 대한제국 개혁, 3·1운동과 임시정부의 국권 회복을 단절이 아닌 연속의 흐름으로 다시 읽는다.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 모델로 보는 통념과 '수구-개화' 이분법은 누구의 시선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묻는다. 일본제국이 주변국 장악을 국가전략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조선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사 인식이 형성됐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이후 여섯 장은 일본의 침략 정책에서 국제법상 국권 회복 논의까지 서로 다른 장면을 한 흐름으로 묶는다.
1장에서는 요시다 쇼인의 '주변국 선점론'과 운요호 사건을 짚는다. 러일전쟁 발발 뒤 대한제국의 개혁 성과와 시설이 훼손·탈취됐다는 대목을 통해, 조선·대한제국의 근대화 노력을 '실패'로만 규정하는 해석에 반론을 제기한다. 일본이 구미 열강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 군사기술을 받아들이는 한편 주변국 선점을 앞세웠다는 분석도 담았다. 일본의 근대화를 무비판적 성공 모델로 받아들이는 관점에도 의문을 던진다.
2장은 일본 중등학교 역사교과서 40여 종을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1902년부터 사용된 교과서에서 한국사가 동양사가 아니라 일본사의 일부로 편입됐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화하려 한 역사교육의 구조를 살핀다. '신라정벌'부터 임진왜란과 갑신정변까지 한국사 주요 사건을 일본의 조선 진출에 맞춰 재구성한 방식도 검토한다. 나카 미치요가 역사교육 정비를 제안한 뒤 일본사·동양사·서양사 체계가 마련된 과정도 서술한다.
이 과정에서 유교 망국론, 당쟁 망국론, 세도정치론과 함께 굳어진 '수구-개화' 구도를 되짚는다. 청일전쟁 전후 일본이 '문명 대 야만'의 논리를 앞세워 조선을 규정했고, 그 틀이 오늘날의 근대사 이해에도 흔적으로 남았다고 본다. 일본의 국가정책, 역사학, 역사교육이 맞물린 과정을 구체 자료로 따라가는 대목이다. 조선을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논리가 이분법의 형성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3장과 4장은 동학농민운동, 고종, 대한제국의 국가 정책을 연결한다. 1895년 '교육 조칙'의 3양 교육과 국한문 혼용체, 능력 중심 인재 등용을 근대적 국민 형성과 국가 운영의 맥락에서 다루며, 광무 양전사업은 토지 소유권 보장과 국가 재정 기반 마련의 시도로 정리한다. '독립신문' 창간도 서재필 개인의 활동만이 아니라 국민 형성 및 교육정책과 맞닿은 일로 바라본다. 토지 면적과 소유관계를 파악하고 지계를 발급한 광무 양전은 농민의 경제 기반 안정과 세원 확보를 함께 겨냥했다.
3·1독립만세운동도 대한제국 시기부터 이어진 근대국가 형성의 결실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천도교와 기독교,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적 연결을 살피고, '대동단 선언'이 신분·직업·지역 대표를 함께 표시해 독립 의지를 드러낸 점에도 주목한다. 독립선언서 서명자 33인 가운데 천도교와 기독교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사실도 이 연속성의 근거로 든다. 한국 근대의 시작을 1919년으로만 잡는 해석과는 다른 접근이다.
마지막 쟁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세력의 국권 회복 노력이다. 1905년 '보호조약'의 불법성을 둘러싼 국제법 논의, 김규식의 파리 청원, 1935년 국제연맹의 조약법 보고서를 따라 국권 문제를 국내 정치사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프랑스 국제법학자 프란시스 레이의 연구와 김규식의 1919년 청원서가 만나는 지점도 짚는다. 국제연맹의 논의가 이후 국제연합의 국제법 체계로 이어진 경로도 추적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재임했고, 1992년부터 근대 한일관계사와 일본의 '한국병합' 강제의 불법성을 연구해왔다. 진단학회 회장, 역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장 등을 지냈다. 2022년에는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 '일본제국의 대외침략과 '동방학' 변천'을 펴냈다.
△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 읽기 상'/ 이태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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