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박원근 작품'이라던 국중박 전시 유묵, 친일파 박중양 글씨였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9월 07일, 오전 11:05

'일반시국은'의 장황이 근대 일본식 표구에서 자주 사용된 방식인 것으로 판단됐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의 작품으로 소개했던 글씨가 동명이인인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작품인 것으로 판명됐다.

박물관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7월 1일~10월 25일)에 전시했다가 외부 제보를 받고 철수한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필자 문제를 전문가 조사한 결과, 해당 작품이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이 아니라 박중양의 작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7일 밝혔다.

해당 작품은 우리 식문화와 관련된 언어와 문구, 문학적 표현 등을 조사·전시하는 과정에서 선정됐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의승병장인 영규대사(?~1592)가 승병을 모집할 때 했던 말로 알려진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문구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해 전시품에 포함했다.

박물관은 당초 이 작품의 필자를 애국지사 박원근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낙관에 적힌 '박원근'이 박중양이 사용했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8월 10일 작품을 즉시 철수했다. 이틀 뒤인 12일 박물관 누리집에 '특별전 전시품의 검증 미흡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박물관은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기 위해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 7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분야별 검증을 진행했다.

서예·고문헌 분야에서는 '일반시국은'과 박중양의 필적을 대조한 결과, 획을 처리하는 방식 등에서 유사한 특징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작품을 박중양의 필적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근현대사 분야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2009)를 근거로 박중양의 다른 이름이 박원근이며, 호는 해악(海岳)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중양은 일본 유학 시기까지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며, 1903년 귀국 무렵부터 박중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존과학 분야 조사에서는 '일반시국은'의 장황이 근대 일본식 표구에서 자주 사용된 방식인 것으로 판단됐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박물관은 지난 8월 12일 공식 누리집에 올린 유홍준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선조의 유물로 알고 예를 올렸던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분들이 겪으셨을 혼란과 상실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을 둘러보는 관람객 모습. © 뉴스1 오대일 기자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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