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갠더의 동전 미술 작품(사진=라이언 갠더).
이 동전은 돈처럼 생겼지만 돈은 아니다. 갠더가 특별히 제작한 ‘수집 가능한 미술작품’이다. 발견한 사람은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 소장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누군가에게 건네도 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사람이 작품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전은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각각 ‘말하기(Speak)와 듣기(Listen)’, ‘멈춤(Pause)과 행동(Action)’, ‘함께(Together)와 홀로(Solo)’처럼 서로 다른 선택을 앞뒤에 짝지었다. 동전에는 삶에 관한 짧은 문구도 새겨져 있다. 2023년 맨체스터에서 처음 선보였던 동전의 경우 갠더가 아버지에게 자주 들었다는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의미의 문장도 담겼다. 그래서 갠더는 이 동전을 작품이자 행운의 부적, 때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의사결정 도구’로 만들었다.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될 때 동전을 한번 던져보라는 것이다.
갠더는 1976년 영국 체스터에서 태어난 현대미술가다. 조각부터 영화, 글쓰기, 그래픽 디자인, 설치, 퍼포먼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201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이듬해 독일 카셀 도쿠멘타 등에 참여했고 2017년 현대미술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관람객에게 ‘단서’를 던지는 것이다. 익숙한 사물이나 공간에 뭔가를 슬쩍 숨겨두고 관람객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를 만들도록 한다.
‘더 파인드’ 역시 이런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2023년 맨체스터 국제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해 스페인 카세레스(2024년), 일본 오카야마(2025년)를 거쳐 서울이 세계 네 번째 무대가 됐다. 갠더가 관심을 두는 것은 동전 자체만이 아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를 사람들이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데 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걷던 사람이 바닥을 살피고, 매일 지나던 계단과 골목의 틈까지 들여다본다. 작품을 찾기 시작하는 순간 익숙한 도시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갠더는 최근 프리즈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보면 반짝이는 것을 집어 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까치 같은 습성’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맨체스터에서는 무려 20만개가 넘는 동전이 도시 곳곳에 풀렸다. 당시 동전은 벤치와 담벼락, 계단은 물론 푸드코트와 도서관, 주차권 발권기와 트램 좌석 사이에서도 발견됐다. 갠더는 돈의 가치가 아닌 시간과 관심의 가치에 주목했다. 비싼 작품을 찾아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대신 길바닥의 작은 반짝임을 좇아 주변을 새롭게 살펴보도록 한 것이다.
당장 도심 속 보물찾기에 나서고 싶다면 평소 그냥 지나쳤던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좋다.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동전들이 숨어 있다. 갤러리와 문화공간을 오가다 길바닥에서 무언가 반짝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계단과 벤치 주변도 한번 살펴볼 만하다. 1만6000개의 작품 가운데 아직 주인을 기다리는 ‘내 동전’ 하나가 서울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라이언 갠더의 동전 미술 작품(사진=라이언 갠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