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 패스 '딸깍도서'는 독자 기만…'AI활용도 표시'로 선택권 보호해야&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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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9일, AM 05:1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책이 범람하면서 출판물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간이 검수한 책과 AI만으로 만든 책을 독자가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사진=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사진=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홍영완(56)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AI 시대를 맞은 출판계의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가리지 않고 AI 활용 도서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독서문화의 혼란을 막고 독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AI 표시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이야말로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며 “AI의 활용을 무작정 막기보다 어떻게 활용해야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6만2000종 수준이던 신간 도서가 AI를 활용한 이른바 ‘딸깍 도서’의 확산으로 연간 20만~30만 종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문제는 빠르게 양산된 일부 책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독자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 회장은 “질 낮은 책이 독자에게 입히는 피해를 단순히 책값만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눈과 귀를 열고 있으면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지만, 독서는 문장을 한 줄씩 좇으며 사유해야 하는 능동적인 행위”라며 “질 낮은 번역이나 창작물은 독자의 시간과 노력까지 빼앗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 출판계에서 AI 활용 여부를 독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회장은 “책의 창작과 번역, 편집 과정에서 AI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표시하는 것이 독자를 보호하는 길”이라며 “허술하게 번역된 고전소설을 읽고 실망한 독자는 더 나은 번역본을 찾기보다 ‘역시 고전은 어렵다’고 생각해 소설 읽기의 재미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판계에서 논의하는 ‘AI 표시제’는 출판사가 저자와 계약할 때 원고 작성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는지, 어느 정도 활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AI의 관여 정도에 따라 △아이디어 구상에만 활용한 책 △초벌 번역이나 일부 원고 작성에 활용한 책 △AI가 대부분을 생성했지만 인간이 검수한 책 △인간 저자와 번역가·편집자가 전 과정을 맡은 책 등으로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벌 번역을 AI가 맡았더라도 편집자가 원고 전체를 서너 차례 검수했다는 정보까지 공개하면 독자의 책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했다면 그 사실을 감추지 말고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역이 가득한 책을 전문 번역가나 편집자의 최종 검수 없이 내는 것은 독자를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출판인회의는 AI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논의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포럼에 이어 올가을 세계 출판인들과 AI 활용 및 정보 공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홍 회장은 “여러 미디어가 사람들의 시간을 차지하면서 책 읽는 시간은 줄고 있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서와 독서모임이 다시 활발해지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AI 환경에서도 인간의 정신과 창작자의 노력이 온전히 담긴 책, 독자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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