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데이터 경제가 우리를 줄 세운다
책의 핵심 개념은 ‘분류 상황’이다. 쌓인 데이터는 그냥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이름을 붙이고 순위를 매기고 짝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이 분류는 취업, 의료, 보험, 교육, 주택, 신용에 이르는 삶의 기회를 좌우하는 새로운 계층화의 기제가 된다. 저자들은 개인의 디지털 흔적 총체를 마르크스의 자본, 부르디외의 문화자본을 잇는 새로운 자본, 이른바 ‘고유자본’이라 부른다. 점수가 낮거나 아예 측정되지 않아 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룸펜프롤레타리아트를 빗댄 신조어로 ‘룸펜스코레타리아’라 명명된다.
저자들은 이 서열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했던 편리함의 그림자로 도착했다고 짚는다. 무료 검색과 무료 이메일이라는 ‘선물’을 받은 우리는 그 답례로 개인 데이터와 사회관계망 정보를 내어놓는다는 것이다.
수능 등급과 대학 서열, 기업 순위와 아파트 브랜드의 위계 속에서 살아온 한국 사회에 이 책의 질문은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저자들은 “서열 사회에서의 삶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점수일수록 반박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서늘한 통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