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쓴맛'표지/뉴스1
'쓴맛'은 독과 약을 가르는 기준을 성분이 아닌 용량에서 찾으며, 쓴맛이 생존 감각에서 식문화로 이어진 과정을 살핀다. 최낙언은 쓴맛 수용체와 식품 공포의 역사를 함께 짚어 식탁 위 이분법을 다시 묻는다.
혀가 느끼는 쓴맛은 식물이 포식자를 피하려 만든 화학적 방어 신호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이를 독성 경보로 감지하면서도 조리와 발효를 거쳐 커피·차·맥주 등의 풍미로 바꿔왔다. '쓴맛'은 이 감각의 생존 기능과 식문화의 변화를 함께 살핀다.
인간의 쓴맛 수용체 TAS2R은 25종이다. 단맛과 감칠맛 수용체가 각각 1가지인 것과 대비해 다양한 쓴맛 물질을 감지하는 체계를 다루고, 쓴맛이 미각 가운데 특히 민감한 이유를 짚는다.
쓴맛을 느끼는 정도의 개인차가 최대 1000배까지 나는 이유와 어린이가 채소를 거부하는 생물학적 원리도 다룬다. 퀴닌과 소수성 아미노산 등 대표 물질을 따라가며 감각의 차이를 설명한다.
데치기와 삭히기, 발효는 쓴맛과 독성을 조절해 온 방식으로 제시된다. 커피의 추출, 초콜릿과 차의 성분 변화, 맥주의 홉과 와인의 숙성은 쓴맛을 풍미로 다루는 사례로 이어진다.
2부는 세균 발견 뒤 확산한 식품 불안의 역사를 따라간다. 1920년대 비타민 열풍, 화학물질과 첨가물에 대한 혐오, 자연식품과 유기농을 둘러싼 믿음이 식품 공포로 굳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지방·콜레스테롤·탄수화물을 특정해 선악 구도로 나눈 논의도 검토 대상이다. 최낙언은 설탕과 지방, 첨가물 같은 성분을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생기는 위험을 비판한다.
3부에서는 독과 약의 경계를 사용량에서 찾는다. 비타민 C, 산분해간장과 전통간장, GMO와 합성 호르몬 등을 사례로 분자 자체에 선악을 부여하는 인식을 짚는다.
최낙언은 2021년 '신맛'으로 시작한 '오미' 시리즈를 신맛·짠맛·감칠맛·단맛에 이어 '쓴맛'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은 음식의 위험과 효능을 단순한 이분법 대신 감각, 용량, 역사라는 맥락에서 살핀다.
△ 쓴맛/ 최낙언 지음/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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