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토리북 엔딩'표지/뉴스1
'스토리북 엔딩'은 시애틀의 재택근무자 에이프릴이 단골 서점 직원에게 남긴 익명 편지에서 출발해 세 사람의 관계가 엇갈리는 과정을 그린다. 모이라 맥도널드는 책 속에 끼워진 쪽지를 따라 설렘과 우정, 상대를 안다고 믿는 마음의 간극을 파고든다.
에이프릴은 온라인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인물이다. '채링크로스 84번지'를 다시 읽고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 밤, 그가 자주 찾던 서점 '리더룸'의 직원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다음 날 그는 중고책 더미에서고른 책에 편지를 끼워 둔다.
에이프릴이 마음을 전하려 한 대상은 책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서점 직원 웨슬리였다. 하지만 편지는 다른 책을 찾던 로라에게 들어간다. 로라는 남편을 잃은 뒤 일곱 살 딸 올리비아를 홀로 키우며, 북클럽에서 읽을 '맥파이 살인 사건'을 사러 서점에 들른 인물이다.
로라는 뜻밖의 편지를 웨슬리가 건넨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며칠을 망설인 끝에 답장을 남기고, 편지 속 상대와 좋아하는 책과 읽고 싶은 장소를 나눈다. 에이프릴이 지목한 '헝거 게임' 청소년 소설 코너는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대상을 향해 말을 건네는 통로가 된다.
웨슬리는 고서에 둘러싸인 서점 생활에 익숙하지만 서른다섯이 되자 삶이 제자리에 머문다는 불편함을 느낀다. 판타지 소설을 쓰는 알레한드라를 보며 서점 일 밖에 사랑하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에이프릴과 로라의 편지가 이어지는 동안 웨슬리의 망설임도 관계의 한 축을 이룬다.
소설은 서점의 풍경을 인물들의 생활감과 맞물린 공간으로 둔다. 로라가 찾는 '리더룸'에는 카페와 책장, 노트북을 두드리는 손님들이 함께 놓여 있다. 새 책을 고르고 손에 드는 일은 재택근무로 실체 없는 일을 다루던 에이프릴을 일상으로 되돌려 놓는다.
등장인물들은 책갈피와 편지, 기념일 카드처럼 책에서 발견한 작은 종이를 통해 낯선 이의 삶을 상상한다. 에이프릴은 타인의 목록이 적힌 종이를 한 편의 소설처럼 받아들이고, 로라는 편지가 전한 독서 취향에서 관계의 단서를 찾는다. 이 과정은 편지의 발신자보다 자신이 무엇을 기다려 왔는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인물들의 재치 있는 대화보다 전달되지 못한 마음과 오해가 만든 감정의 굴절에 시선을 둔다. 익명 편지가 뜻밖의 사람에게 닿으면서 각 인물은 상대를 알고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알아가는 일 사이를 오간다. 달콤한 반전보다 그 간극을 마주하는 시간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 '스토리북 엔딩'/ 모이라 맥도널드 지음/ 박산호 옮김/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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