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기록과 시를 한 권에…한베평화재단 10주년 기획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10일, AM 06:01

[신간] '살았으니, 말해야 해요'표지/뉴스1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의 기록과 한국 시를 묶은 아카이브 시집 '살았으니, 말해야 해요'를 펴냈다.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피해 생존자의 진술과 유품,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시편을 함께 담았다.

한국의 베트남전쟁 파병은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이어졌다. 책은 총 32만여 명의 병력 투입과 베트남 중부 하미 마을 등을 포함한 민간인 9000여 명의 희생을 전쟁 기억의 출발점으로 놓는다.

시집은 전쟁을 둘러싼 기록을 '아카이브 시'의 형식으로 옮긴다. 직접 참전한 시인들의 작품, 역사 기록을 토대로 쓴 후대 시인의 신작, 시민이 참여한 실험시가 한 권 안에서 이어진다.

제1부 '파도들이 저 멀리 수평선을 타고'에는 신세훈, 김명인, 송기원, 김태수 등의 작품과 베트남을 찾아 비극을 기억한 김형수, 이재무, 나희덕 등의 시가 실렸다. 전장에 섰던 이들과 전쟁 이후의 현장을 마주한 시인들이 각각의 언어로 싸움과 폭력의 흔적을 짚는다.

제2부 '없는 몸을 어루만지다'는 한베평화재단이 수집한 사진, 문서, 피해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한 신작시를 묶었다. 한여진, 송경동, 김현아, 김해자, 김용택, 김수우, 허영선, 이대흠, 허은실 등 9명의 시인이 탄환과 초상화, 이름 없이 세상을 떠난 아이의 사진 같은 기록을 시로 풀었다.

한여진의 '뗏'은 여섯 살에 총격으로 숨진 즈엉떤터이를, 김현아의 '겨울골짜기'는 붕따우 마을의 학살 생존자 릉티퍼이의 기억을 불러낸다. 허은실의 '따이한 제사'는 사라진 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시의 언어로 남긴다.

제3부 '붉고 깊고 시린'에는 블랙아웃 포에트리, 파운드 포에트리, 비주얼 포에트리 등 3종류의 실험시가 수록됐다. 응우옌티카인과 응우옌티떰 자매의 전시 성폭력 증언 기사, 위령비 문구,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에게 보낸 국방부 청원회신 문서에서 시민들이 단어를 고르고 지워 새 문장을 만들었다.

책은 조선과 안남 사신들이 중국 연경에서 시를 주고받았던 창화의 인연도 함께 되짚는다. 전쟁으로 끊긴 관계와 지워진 이름을 기록과 시로 마주하며, 과거의 폭력을 어떻게 기억할지 묻는다.

이 시집은 전쟁의 기억을 개인의 경험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한국 사회가 남겨온 역사와 책임의 문제로 연결한다.

△ '살았으니, 말해야 해요'/ 한베평화재단 엮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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