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
항구 인근에 자리한 녹동 수협활어회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생동감 넘치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쁘게 오가는 상인들의 손길과 싱싱한 횟감을 고르는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항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남 장흥 녹동항 인근에 위치한 녹동 수협활어회센터에는 생기넘치는 장어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거친 생선을 미식의 정점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은 도마 위에서 펼쳐지는 ‘칼잡이의 솜씨’다. 붕장어는 억세고 촘촘한 잔가시가 많아 손질이 무척 까다롭다. 살을 완전히 동강 내지 않으면서도 뼈를 잘게 끊어내는 미세하고 일정한 칼집이 필수다. 숙련된 주방장이 장어를 다듬는 칼질 소리는 마치 일정한 박자의 타악기 연주처럼 경쾌하다.
섬세한 손질법은 다채로운 요리로 변주된다. 뜨거운 육수에 데쳐 하얀 눈꽃처럼 피워내는 ‘샤부샤부’도 일품이지만, 가을 날씨에는 단연 숯불 구이가 제격이다. 이날 발걸음이 닿은 ‘장수식당’에서 두툼하게 썰어낸 장어를 달궈진 불판 위에 올렸다.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
이어 싱싱한 상추 위로 향긋한 깻잎과 알싸한 마늘, 짭조름한 된장을 곁들였다. 폭발적인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동안 식당 주인의 구수한 입담이 테이블에 온기를 더했다. 장어의 억센 생태부터 까다로운 손질법, 불판 위에서 가장 맛있게 구워내는 타이밍까지 정감 넘치는 설명이 이어졌다. 식재료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를 안고 맛을 보니 불판 위의 장어 한 점은 남도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별미로 다가왔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안고 식당 밖으로 나서자 짠내 섞인 가을바람이 한결 가볍게 스쳐 갔다. 그 바람 사이로 식당 앞 수조는 여전히 부산했다. 노란 바구니 안에서 쉼 없이 꿈틀대는 장어들을 바라보며 고흥의 가을 풍경을 마주했다.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전남 고흥 녹동 장어거리에 위치한 장수식당의 장어구이(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