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정 단장 "굿, 우리 삶 보듬던 민속의 본질"…서울시무용단 '무감서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11일, AM 10:56

10일 서울시무용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창작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를 시연하고 있다.2026.09.10 ©뉴스1 김정한 기자

전통 무속 의식의 절정을 빌려 현대인의 상처와 아픔을 씻어내는 새로운 춤판이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10일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를 처음 선보인다.

공연 첫날인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주요 장면 시연 프레스콜과 기자간담회에서는 무속 의례의 파격적인 무대화와 제작에 대한 비하인드가 공개됐다.

윤혜정 단장은 작품의 출발점에 대해 "무감서기는 타인에게 매달려 복을 비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마음속 고통을 털어내고 복을 구하는 능동적인 행위"라고 정의했다.

윤 단장은 "남 탓을 하기보다 내 안의 상처를 직접 닦아내고 회복할 힘을 찾도록 돕고 싶었다"며 "복잡한 무속 요소 중 방울, 부채, 오방색이라는 핵심 상징만 간결하게 추려 현대적인 춤 언어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왜 스스로 치유하는 힘에 주목해 '무감서기'를 무대에 올렸냐는 질문에 윤 단장은 "남 탓을 하며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쉬운 현대인에게 스스로 상처를 마주하고 이겨내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봤다"며 "굿을 미신으로 배척하기보다 우리 삶을 보듬던 민속의 본질을 빌려 현대적인 치유의 장을 열고자 했다"고 답했다.

'무감서기'는 서울 지역 굿에서 굿을 의뢰한 당사자가 무당 옷을 받아 입고 가락에 맞춰 스스로 몸을 흔들며 복을 구하는 독특한 행위다. 작품은 초자연적인 존재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미신에서 벗어나, 관객 스스로 내면의 아픔을 마주하고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 새로운 형태의 현대적 의례를 표방한다.

10일 서울시무용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창작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 출연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09.10 ©뉴스1 김정한 기자

무대 위에서는 검정, 노랑, 파랑, 빨강, 흰색 등 오방색 눈물이 인간의 감정과 얽혀 정화로 나아가는 서사를 밟는다. 슬픔과 두려움부터 평온에 이르는 다섯 빛깔의 흐름은 민속 신앙을 현대 도시인의 보편적 공감대로 끌어올린다.

'백의 눈물' 솔로를 출 때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임했냐는 질문에 기무간 무용수는 "살풀이를 바탕으로 흑·황·청·적 단계를 거쳐 문제가 해결된 가장 깨끗한 상태이자 초월자적인 면모를 표현하려 했다"며 "무대 위에서 소리꾼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아 관객에게 건넨다는 생각으로 정해진 흐름과 태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무복의 다채로운 색감과 형태를 무대 의상에 녹여낸 과정에 대해선 민천홍 의상 디자이너가 "무속의 복잡한 시각 요소를 현대적으로 정돈해 오방색 다섯 겹의 상·하의로 압축했다"며 "장면마다 겹쳐진 옷을 거치며 스스로 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고, 마지막 무감서기에서는 색동과 단청의 이미지를 엮어 춤의 폭발을 축제와 불꽃놀이처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용 공연에 시네마틱 컬래 영상을 도입한 배경에 대해서는 장철수 영화감독이 "서울굿에만 존재하는 무감서기의 급진적 성격에 주목했다"며 보수적으로 여겨지던 서울의 본질적 역동성에 응답하고자 추상적 그래픽을 벗어나 단편영화를 보듯 현실을 직시하는 영상을 짜고,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감각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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