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천하나의 유령' 정보그림/뉴스1
'천하나의 유령'은 알렉상드르 뒤마가 프랑스 대혁명기 단두대 논쟁과 유령 이야기를 엮어서 펴낸 1849년 환상소설을 처음 한국어로 완역한 책이다. 뒤마는 1831년 파리 근교 퐁트네오로즈의 저택에 모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괴담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파고든다.
대혁명기 파리 시민을 붙잡았던 질문은 "잘려 나간 머리는 고통을 느끼고, 말을 할 수 있는가"였다. 소설은 이 질문을 단두대의 과학적 논쟁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처형과 공포, 기억을 둘러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야기는 1831년 가을 퐁트네오로즈로 사냥을 나간 화자가 피 묻은 손의 남자와 마주치면서 시작한다. 남자는 잘린 머리가 말을 했다고 고백하고, 화자는 그날 저녁 저택으로 향한다.
저택에는 단두대에 잘린 머리를 연구하는 학자 르드뤼와 의사 로베르, 고고학자 르누아르, 신부 물, 신비주의자 알리에트, 창백한 여인이 모인다. 이들은 응접실에서 각자가 목격한 기이한 존재와 사건을 차례로 풀어놓는다.
단두대의 물음에서 열린 퐁트네오로즈의 밤
이야기에는 교수대의 사형집행인이 목매달린 사건, 마리 앙투아네트 처형일의 군중, 처형 뒤 남은 의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다. 루마니아 산중에서 되살아난 흡혈귀의 전설도 그 행렬에 합류한다.
되살아난 시체와 왕가의 유령, 과학 실험과 흡혈귀는 하나의 저택에서 만난다. 각각의 단편은 바깥 이야기 안에 다시 놓이며, '천일야화'를 닮은 액자 구조가 열다섯 장의 흐름을 이끈다.
뒤마는 샤를로트 코르데의 처형 장면과 혁명정부의 왕실 무덤 발굴 등 프랑스 대혁명의 장면을 공포 서사에 끌어들인다. 역사적 사건과 유령의 목격담이 교차하면서 괴기적 상상은 구체적인 시대의 풍경을 얻는다.
알렉상드르마리 르누아르, 왕실 과학자이자 마술사였던 코뮈스, 타로 점술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알리에트도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무덤과 마술, 카드와 신비학을 오가는 이야기의 결을 만든다.
단두대는 이 작품에서 처형 장치이면서 사형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소재다. 목이 잘린 뒤에도 의식이 남는지를 묻는 논쟁은 생명과 처벌의 경계를 흔드는 공포로 옮겨간다.
[신간] '천하나의 유령' 정보그림/뉴스1
실재 사건과 유령 이야기가 만나는 15장
목차는 '디안 거리, 퐁트네오로즈'에서 '카르파티아 산맥', '브란코반브란코반 성', '흔쿠 수도원'까지 이어진다. '샤를로트 코르데의 따귀', '생드니의 무덤들', '머리카락 팔찌'처럼 사건과 장소를 앞세운 장 제목이 각 괴담의 단위를 나눈다.
마지막에는 프랑스어 원본에 실린 뒤마의 헌정사와 본문 미주를 함께 담았다.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겹쳐 놓는 구성은 한밤의 저택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유럽 각지의 전설과 혁명기의 기억으로 넓힌다.
이번 판본은 1849년 발표한 작품의 첫 한국어 완역본으로, 본문 15장과 헌정사를 수록했다. 원제는 'Les Mille et un Fantômes'이며, 320쪽 분량으로 나왔다.
뒤마는 국내에서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마고 왕비' 등 역사소설로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은 극작과 소설, 문학평론, 여행기 등 여러 분야를 오간 작가가 환상과 괴기에도 지속해서 관심을 두었음을 보여준다.
1848년 혁명으로 뒤마가 운영하던 극장과 연재 환경이 흔들린 뒤 이 작품은 나왔다. 헌정사에는 당대 의회의 야유와 주먹질, 혁명의 표어를 둘러싼 실망이 담겼고, 소설의 불안한 분위기도 혁명 이후의 시대상과 맞물린다.
△ '천하나의 유령'/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화·이선영 옮김/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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