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타격 안긴 美 육상 전설 제시 오언스 출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12일, AM 06:00

제시 오언스 (출처: Acme News Photos,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13년 9월 12일, 미국 앨라배마주 오크빌의 가난한 흑인 소작농 가정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한 아이가 태어났다. 훗날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전 세계를 뒤흔든 육상 전설 제시 오언스다.

그는 9세 때 육상 코치 찰스 라일리를 만나 달리기에 눈을 뜨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오하이오 주립대 시절 오언스는 피부색 탓에 기숙사 입주를 거부당하는 냉대 속에서도 기량을 닦았다. 1935년 5월 '빅텐 콘퍼런스'에서 그는 불과 45분 만에 세계신기록 3개와 타이 기록 1개를 세우는 기적을 연출하며 미국 스포츠계를 경악시켰다.

세계의 이목은 이듬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쏠렸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이 대회를 아리아 인종의 생물학적 우월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전체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거대한 선전장으로 기획했다. 흑인과 유대인을 열등한 존재로 매도하던 나치의 광기 어린 시선 속에서 오언스는 당당히 성조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주경기장 트랙 위에 섰다.

총성이 울리자 역사는 바뀌었다. 오언스는 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를 석권해 4관왕에 올랐다. 특히 멀리뛰기에서 독일 백인 선수 루츠 롱의 조언을 받아 우승한 뒤 나눈 포옹은 히틀러의 인종적 우월주의를 베를린 한복판에서 산산조각 낸 일격이었다.

하지만 영광의 대가는 썼다. 귀국한 그를 맞이한 것은 환대 대신 여전한 짐 크로(흑인 분리) 법이었다. 공식 만찬장에 들어가기 위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선거철 백인 표를 의식해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다. 생계를 잇기 위해 말이나 오토바이와 달리기 내기를 벌여야 했던 굴욕적인 세월 속에서도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언스는 1976년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으며 명예를 되찾았고, 1980년 폐암으로 눈을 감기까지 청소년 육성에 헌신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그가 보여 준 질주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증명한 위대한 승리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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