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디포 (출처: Unknown , style of Sir Godfrey Knell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660년 9월 13일,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 대니얼 디포가 런던에서 태어났다. 양초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상업과 정치, 언론과 문학의 경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훗날 영국 근대 소설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문학적 금자탑을 쌓아 올린 인물이다.
디포의 문학적 출발점은 냉철한 저널리즘이었다. 그는 정론지 '리뷰'(The Review)를 창간하고 정치 논설과 팸플릿을 쏟아냈다. 날카로운 풍자로 기득권을 비판하다 체포되어 치욕적인 칼질 형벌을 받기도 했으나, 군중은 그에게 환호했다. 이 저널리스트적 감각은 훗날 그가 선보인 소설들의 강력한 리얼리즘적 뼈대가 됐다.
그가 1719년에 발표한 역작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표류한 한 선원의 생존기로, 도구와 일기, 노동과 신앙을 바탕으로 야생의 섬에 문명과 질서를 재건해 나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태동하던 근대 자본주의 인간상과 합리주의적 정신을 생생하게 형상화한 근대 소설의 효시였다.
디포의 필력은 사실적이고 정밀했다. 그는 일기, 장부 기록, 구체적인 물품 목록 등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과감히 도입했다. 1665년 런던을 덮친 흑사병의 참상을 기록 문헌과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전염병 연대기'(1722)와 밑바닥 삶을 적나라하게 포착한 '몰 플랜더스'(1722)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무는 르포르타주 문학의 절정이었다.
디포는 평생 500편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기며 산문 문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는 시장과 항구에서 통용되는 명료하고 간결한 일상적 산문으로 대중과 호흡했다. 상업 사회의 팽창과 개인의 자각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그의 펜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로 가장 새로운 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오늘날 디포는 영문학사에서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개척자이자 탁월한 르포 작가로 기억된다. 극한의 고립 속에서도 절망 대신 도구를 쥐고 일상을 구축해 낸 로빈슨 크루소의 서사는 3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 의지의 상징으로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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