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유리지공예상 수상작가 이태훈(사진=서울공예박물관).
유리지공예상은 한국 현대공예 발전에 기여한 고(故) 유리지 작가의 뜻을 기려 역량 있는 공예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제1회 유리지공예상에서 ‘노을빛 민들레 홑씨’(Sunset Dandelion Seeds)로 최종 20인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두 번째 도전 만에 결실을 거뒀다.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작품명에 붙인 ‘녹턴’은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서정적인 음악 형식”이라며 “특정한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그날 밤 느꼈던 고요함과 불안, 신비로움을 하나의 감정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태훈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사진=서울공예박물관).
이 작가가 처음 블로잉을 접한 것은 24세 때였다. 차갑고 단단한 유리가 뜨거운 불 속에서는 액체처럼 움직이다가 식는 순간 그 형태와 움직임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점에 매료됐다.
블로잉은 혼자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불과 중력, 시간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 간의 호흡도 중요하다. 계절이나 작업장의 온도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는 “오랫동안 작업해도 유리는 매번 다르게 반응한다”며 “계획한 작업 안에서 우연히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의 매력”이라고 꼽았다.
이 작가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기법은 가느다란 유리 막대로 무늬를 만드는 ‘필리그리 케인’이다. 이번 수상작의 표면을 수놓은 선 역시 이 기법으로 만들었다. 유리 안에 선을 겹쳐 넣고 표면을 반투명하게 가공해, 안개 너머로 선이 희미하게 비치는 듯한 효과를 냈다. 그는 “꼬이며 이어지는 선에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의 궤적을 떠올렸다”며 “선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축적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필리그리 케인’ 기법이 유리 막대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정교한 패턴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이 작가는 막대의 굵기와 크기, 간격을 의도적으로 조금씩 달리한다. 그는 “막대가 놓인 위치에 따라 유리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선도 자연스럽게 뒤틀린다”며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선을 발견하는 것이 작업의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유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이 작가는 “예전에는 계획한 형태와 패턴을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변화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 속에서 자연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을 발견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수상으로 이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 레지던시에서 3개월간 작업할 기회도 얻었다. 파리에서는 빛과 색,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며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계획이다. 이 작가는 “고흐가 낯선 환경과 예술적 교류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발전시켰던 것처럼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발견해보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아보고 다음 연작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수상작을 포함해 결선 진출작 20점을 볼 수 있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기념전’은 오는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제2회 유리지공예상 수상작가 이태훈(사진=서울공예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