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지도' 표지/뉴스1
과학 에세이 '소리 지도'는 138억 년 전 빅뱅의 파장부터 우주로 보낸 지구의 노래까지, 역사와 문화 속 소리를 다룬 이야기 36편을묶었다.
책은 사막·동굴·빙하·바다의 음향 풍경과 동물의 의사소통, 전쟁과 자원 탐사가 낸 소음, 사라진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차례로 다룬다. 소리를 생존의 수단이자 기억과 문화를 전하는 매개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음향학의 발전으로 먼 은하의 에너지 신호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화음으로 바꾸고, 진동 감지기와 수중청음기로 깊은 곳의 소리를 포착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새로 들을 수 있게 된 세계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켜야 할 책임도 함께 제기한다.
나방과 박쥐의 관계도 주요 사례다. 수라카누에나방은 초음파를 흉부 털로 흡수한 뒤 해독하기 어려운 신호를 돌려보내며, 참나무산누에나방은 날개의 공명 비늘 구조로 최소 3옥타브의 소리를 흡수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음악과 지역의 기억도 소리의 지도로 묶는다. 일본의 가가쿠를 다루는 장에서는 음악의 흐름을 파도에 비유하고, 캐나다 대서양 연안에서 지난 10년간 무적 46개가 해체된 뒤에도 무적 소리가 바닷가 삶의 기억으로 남는다고 전한다.
지구 깊은 곳의 소리를 좇는 대목에서는 시추를 시간을 탐사하는 과정으로 그린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 25억 년 된 암석과 미세한 플랑크톤 화석이 발견됐고, 온도가 180도에 이르자 과학자들이 기술의 한계에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와 동물의 소리도 책의 범위를 넓힌다. 작곡가 한스 짐머의 팀은 2021년 영화 '듄'의 모래벌레 소리를 구상하며 실제 고래에서 착안해 땅속에 수중청음기를 묻었고, 큰거문고새 '추크'는 동물원 공사장의 드릴 소리와 자동차 도난 경보, 카메라 셔터 소리를 모방했다.
마지막에는 보이저 골든 레코드처럼 인류가 미지의 존재에게 보낸 소리의 메시지까지 다룬다. 책은 자연과 인간, 오래된 기록과 새로운 기술을 오가는 소리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색한다.
△ '소리지도'/ 미하엘라 피저·아이작 유엔 지음/ 장호연 옮김/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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