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의 합법화…나치, 뉘른베르크법 통과 [김정한의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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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September 15일, AM 06:00

뉘른베르크법 통과를 보도한 독일 신문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35년 9월 15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당 전당대회에서 아돌프 히틀러 정권의 잔혹한 광기를 제도화한 악법이 제국의회를 통과했다. 유대인의 기본권을 법적으로 박탈하고 나치 문양을 국기로 지정한 이른바 '뉘른베르크법'이다.

이 법률은 크게 '제국시민법'과 '독일 혈통과 명예 보호법'으로 구성됐다. 제국시민법은 순수한 '독일 혈통 또는 그와 유사한 피'를 가진 자에게만 온전한 제국 시민권을 인정했다. 오랜 세월 독일 땅에서 터전을 닦고 세금을 내며 살아온 유대인들은 하루아침에 참정권을 비롯한 모든 공민권을 박탈당한 채 단순한 '국가 거주자'로 격하됐다.

동시에 통과된 독일 혈통과 명예 보호법은 독일인과 유대인 사이의 혼인과 이성교제를 전면 금지하며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유대인 가정에서 독일인 여성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행위조차 금지됐고,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 깃발을 공식 국기로 채택해 온 국가에 전체주의의 낙인을 찍었다.

나치 정권은 조부모 4명 중 유대인이 몇 명인지에 따라 혈통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시행령을 쏟아냈다. 이 기괴한 잣대로 인해 유대계 예술가, 학자, 상인, 공무원들은 삶의 터전에서 모조리 축출됐다. 사회적 증오와 편견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작동하게 만든 이 법은 다수의 침묵과 방조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사회를 잠식해 들어갔다.

뉘른베르크법은 훗날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는 집단 광기의 제도적 발판이자 법적 청사진이었다. 광신적인 인종주의가 법률이라는 허울을 쓰고 국가의 최고 규범으로 공식 둔갑한 파멸의 서막이었다.

오늘날 뉘른베르크법의 제정은 법치주의가 인권을 수호하지 못하고 불의의 도구로 전락했던 어두운 과거의 거울로 남아 있다. 차별과 배제를 국가의 이름으로 정당화했던 그 비극의 순간은 문명이 야만으로 퇴행하는 데 단 몇 줄의 법 조항이면 충분했다는 뼈아픈 교훈을 지금도 던진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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