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펼친 본전시 중 한 장면이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옮겨온 ‘가장 오래된 참여작’인 ‘제주 화산암-풍화열’(28×68×38㎝) 아래로 스웨덴 2인조 그룹 골딘+세네비가 소나무 송진 2t을 바닥에 부어 만든 호박색 설치작품 ‘송진연못’(2026, 가변크기)이 펼쳐져 있다. 크고 작은 화산암은 전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변화’의 의미에 무게감을 싣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펼친 본전시를 중심으로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한 지 열흘 남짓이다. 광주 일대는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아트판으로 물드는 중이다. 하지만 ‘순항’이란 말은 선뜻 나오질 않는다. 북적북적 한창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초반인데 오히려 숨을 죽인 듯한 형국이라고 할까. 여느 회차라면 정관계 고위급 인사를 앞세워 ‘아트 좀 안다’는 발 빠른 관람객을 대거 불러 모을 시점이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가 쓴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1908) 전문이 유리문에 박혀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중국작가 왕지아하오의 회화작품이 차례로 걸렸다. 왼쪽부터 ‘선탠 후의 휴일’(2024, 180×165㎝), ‘베품’(2024∼2025, 163×197㎝), ‘따뜻한 바람’(2025∼2026, 160×210㎝)(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파빌리온은 국제비엔날레 동안 본전시와 나란히 여는 ‘특별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국내와 해외의 미술·문화기관이 하나 이상씩 공간을 꾸리고 역량도 내보이고 교류에도 나선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선 16개 국가관, 11개 기관이 광주 전역 28곳에서 파빌리온을 꾸려낼 참이었다. 하지만 개시도 전에 광주비엔날레가 내세운 ‘예술의 힘’은 사라지고 ‘정치의 힘’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 버린 거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가 천연고무로 만든 연작 중 한 점인 ‘무제(고무밧줄)’(2022, 가변크기)를 한 관람객이 허리를 숙인 채 들여다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995년 첫발을 뗀 광주비엔날레는 이제 32주년을 맞으며 청년기를 거쳐 본격적인 장년기로 들어섰다. 그 묵직함을 이번 회에선 의도하지 않은 ‘조각품’이라 할 제주 화산암으로 실어냈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옮겨온 이 돌들을 ‘가장 오래된 출품작’으로 전시장 전체에 걸쳐 꺼내둔 건데. 세상의 변화라는 게 단절과 폭발의 순간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란 메시지를 상징했다. 감지하기도 어려울 만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변화는 쌓인다는 뜻으로 말이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옮겨온 ‘가장 오래된 참여작’인 제주 화산암 너머로 우즈베키스탄 작가 사오다트 이스마일로바의 단채널 비디오 ‘태양에 녹아든’(2024, 40분)이 흐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난 4일 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싱가포르 출신 예술감동 호추니엔(오른쪽)이 전시작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은 공동기획자 중 한 사람인 최경화 큐레이터(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는 몰드 조각으로 제작한 초상 연작(‘문제의 두상들’ 2009∼2015)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든다. 1942년 로마만국박람회를 위해 빚어졌으나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는 거대한 두상(비토리오 에마뉴엘레 3세, 베니토 무솔리니)의 본을 떠 원작을 뒤바꿨다. “권위주의적 경직성을 불안정하게 노출된 형태”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전경. 이탈리아 작가 로셀라 비스코티의 ‘문제의 두상들’ 연작(2009∼2015, 가변크기) 사이를 관람객들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작품은 1942년 제작된 거대한 두상(비토리오 에마뉴엘레 3세, 베니토 무솔리니)의 본을 뜬 몰드 조각으로 원작을 뒤바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2006년부터 활동)이 작가 주홍과 함께 광주가 품은 아픔·일상 등을 그린 그림 322점(2022∼2025, 각 30×30㎝)을 방대한 기억으로 모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설치작품 ‘어긋난 BPM: R로즈 변주곡’(2026). 다채널 테그노 사운드를 채우고 미로형 비닐풍성을 채웠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실 5곳 중 유일하게 입장티켓이 없이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인도 작가 소흐랍 후라의 단채널 비디오 ‘해안’(2019, 17분 28초)이 흐르고 있다. 여신 칼리를 기리는 신도들이 타밀나두 해안에 모인 종교축제를 소재로 삼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릴케에서 운을 뗀 ‘변화, 실천’은 호추니엔 감독과 작가들을 거쳐 관람객 하나하나에게 전달될 참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시 자체가 버퍼링에 걸린 모양새다. 문학에 미술까지 동원한 거대한 예술의 장인데 정작 정치라는 벽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고 넘길 일인가. 만약 중국관·대만관이 함께했다면 32년째인 광주비엔날레가 이룬 주요 성과로 떠들썩했을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그걸 기대했다면 이번 주최측의 대처는 ‘사고’라고 봐야 한다. 그간 15회를 치른 국제행사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매뉴얼도 철학도 없는 대단히 느슨하고 안이한 대응 중이란 얘기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경. 튀르기예 작가 인지 에비너의 거대한 다채널 비디오 ‘국민체조’(2013, 3분 30초)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체육관, 훈련시설, 교육공간을 배경으로 퍼포머들의 움직임을 콜라주했다. 국가라는 신체를 위해 개인의 신체가 규율되는 과정을 연결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전경. ‘너는 내 삶을 바꿔야 한다’는 테마 아래 22개국 43개 팀(작가)이 참여한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