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이승재
2002년 스물 둘 나이에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는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한 명실상부 한국 현대 소설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2014년에는 대표작 ‘달려라, 아비’의 프랑스어판으로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도 수상했다.
◇“문학의 얼굴이 한 개였다면 오래 사랑하지 못했을 것”
이번에 작가가 새 이야기를 담아낸 그릇은 소설이 아닌 산문이다. 어느덧 24년차 작가가 된 김애란의 이번 산문집은 △1부 사람의 얼굴 △2부 이야기의 얼굴 △3부 일상의 얼굴 등 총 3부로 이뤄져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들여다본 주제이자 관심사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문학에 대한 사랑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앞으로도 곤경에 처할 때마다 문학은 결코 생색내지 않는 형태로 우릴 도울 것’(17쪽)이라거나, ‘문학은 내게 추상이나 관념이 아닌 구체와 실감의 영역이며 이 실감은 나를 예감과 공감, 만감으로 나아가게 해준다’(142쪽)고 언급했다.
그에게 문학의 정의에 대해 묻자 “가볍거나 무거워도 되고, 추하거나 아름다워도 되고, 위로나 교훈 등 꼭 어떤 목적을 갖거나, 도덕에 복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문학은 때로는 섬세하고 우회적인 언어로, 어느 때는 다급하고 강한 언어로 행정언어나 법률언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오랜 시간 다뤄왔다”면서 “문학이 한 가지 얼굴만 가졌다면 오랜 시간 문학을 사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루이소체와 알츠하이머 치매로 투병 중인 아버지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발소를 운영하던 아버지와 평생의 동반자인 어머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부모의 생애 최초 기억을 묻고 각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은 작가이기 이전에 딸로서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의 생애 최초 기억은 잘 생각나지 않는단다. 그는 “언니들과 어릴 적 어느 골목에서 햇빛을 쬐며 앉아 있는 장면이 떠오르지만, 이게 경험인지 상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애란 작가ⓒ이승재
◇“스스로 기댈 말 찾다가 쓴 소설도 많아”
사회적 화두인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망설임”이라고 답했다. AI는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지만, 인간은 양심·배려 등의 이유로 대답을 망설인다는 의미다. 그는 “한 북토크 자리에서 청중으로부터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로한 순간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며 “순간적으로 떠오른 일화가 있었지만 그 일화를 말하면 상대방의 어려움도 드러내야 해 말을 삼켰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극장 내에서 홀로 영화를 봤던 경험을 다룬 ‘코로나 극장전’, 세월호 유가족과의 일화를 담은 ‘숨 나누기’ 등을 통해선 사회적 연대에 대한 작가의 관심도 드러낸다.
예컨대 다른 관객들의 부재를 통해 ‘여러 유형의 다양한 관객이 실은 서로의 목격자이자 보호자, 심리적 의존처였음을 깨달았다’(173쪽)거나, 세월호 유족들에 책을 건넨 일화를 통해 ‘그분들에게 무언가 드린 게 아니라 그분들로부터 받아줌을 받았다’(164쪽)고 표현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무엇을 대표하거나 대변한다는 마음보다는 제가 그 말이 필요해서, 스스로 기댈 말을 찾다가 쓴 소설이 많았다”며 “그게 사후적으로 다른 분들 상황이나 시기와 포개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또한 여러 언어에 빚지면서도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면서 “마치 돌봄이 그렇듯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준다고 여길 때 실제로는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당분간 단편 작업 마감에 매진할 예정이다. 그는 “장편소설도 긴 호흡을 두고 천천히 꾸려나갈 것”이라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추후 산문집은 기획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애란|220쪽|문학동네 (사진=예스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