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뼈와 플라스틱’은 이 익숙하고도 낯선 흔적에서 출발해 인류세를 탐사한 책이다. 인류세란 인류가 지질학과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의 시대를 뜻한다.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인간 활동이 지구의 물리·화학·생물학 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이 시대의 기원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추적한 기록이 흥미롭다. 평택의 옛 쓰레기 매립지를 시추해 지하 12미터에 묻힌 플라스틱을 끄집어내고, 3500여 년 전 닭 가축화의 흔적이 발견된 태국 반논왓을 찾아 닭의 기원을 추적한다. 핵심 주장은 인간이 이미 하나의 ‘지질학적 힘’이 됐다는 것이다. 2017년 포항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책은 소비자본주의가 폭발한 1950년대의 ‘거대한 가속’, 화석경제가 출발한 18세기 후반, 1610년의 자본세, 더 멀게는 8000년 전 농업혁명까지 인류세의 여러 기원설을 따라간다. 시작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책임의 소재는 달라진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삼으면 지금 우리의 책임이 강조되고, 17~18세기 자본주의 태동기를 기점으로 삼으면 유럽 제국주의와 자본가 계급의 책임이 부각된다.
2024년 지질학계가 인류세 공인안을 부결한 전말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인류세실무단이 정한 1950년대라는 시작점을 두고, 수백만 년의 시간을 다뤄 온 층서학자들은 불과 7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선언하는 데 반발했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인류세라는 개념을 훨씬 강하게 붙들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온실가스 농도를 넘어 미세플라스틱과 종의 멸종, 생명체 간 연결망 붕괴까지 위기의 복잡성을 총체적으로 직시하게 하는 이름이 바로 인류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