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대가로 하늘을 영원히 떠받치는 형벌을 받았다. 오늘날 노동시장에도 수많은 ‘아틀라스’가 있다. 바로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노동시장을 떠받치면서도 보호는 덜 받고, 더 많은 위험과 불안정을 감당하고 있다.
‘노동갈등, 아틀라스는 억울하다’는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해법을 살펴본 책이다. 30여 년간 고용·노동정책을 설계해온 행정가이자 공인노무사인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욕심이나 태도가 아닌 노동시장의 구조에서 찾는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인공지능(AI) 도입 등 최근 노동 현장에서 첨예하게 맞서는 문제들을 폭넓게 다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을 가르는 경계와 임금·노동시간을 둘러싼 제도를 통해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살펴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공정’이다. 같은 제도가 누구에게 기회를 주고, 그에 따른 부담과 위험은 누가 떠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정년 연장은 장년층에게 고용 안정이지만 청년에게는 좁아진 취업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AI는 누군가에게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술이다. 노동갈등은 파업이나 노사분규처럼 겉으로 드러난 충돌만을 뜻하지 않는다.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 안정, 산업안전, 원·하청 관계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도 노동갈등의 한 모습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갈등 자체를 없애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알려주는 신호로 바라본다. 저자는 “갈등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살피는 것”이라며 “갈등을 피하기보다 조정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