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정보그림 2026.9.16/뉴스1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월간 수사연구 편집장이 형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강력사건 수사와 그 이면의 인간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살인사건부터 불법촬영, 텔레그램 마약 판매까지 범죄 양상의 변화를 함께 짚는다.
수사는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백골에서 단서를 찾고, 30만 명이 넘는 용의자를 3명으로 좁힌 수사 과정에는 증거를 쌓아 올리는 형사들의 시간이 담긴다.
사건의 결과 뒤에 남은 사람들
저자는 2017년부터 경찰서를 찾아 형사들을 만나며 수사 과정을 취재했다. 사건 기사에 모두 담기지 못한 대화와 수사 뒤의 장면을 이 책에 엮었다.
'수사연구'는 1983년 창간한 수사 전문지다. 현장 감식과 수사 실무의 경험을 다뤄왔고, 저자는 이 매체의 취재기자 겸 편집장으로 일한다.
책은 범죄자와 형사만이 아니라 사건 주변의 사람을 들여다본다. 연인의 부탁으로 살인에 가담한 이, 물욕 때문에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이의 사연을 통해 욕망과 분노의 단면을 따라간다.
수사 과정은 영화처럼 단번에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증거를 하나씩 확인하고 이성적으로 범인의 존재를 파악한 뒤에도, 형사들은 다음 사건을 향해 다시 움직인다.
형사들의 모습도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난다. 강력반 형사들 사이에서 '범죄도시'의 마석도 형사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화제가 되거나, 선배가 쓰던 수갑을 후배에게 물려주는 일화가 나온다.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정보그림 2026.9.16/뉴스1
살인사건에서 사이버범죄로 넓어진 현장
책이 다루는 범죄는 살인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온라인 환경의 확산과 함께 취재 대상은 사이버범죄로 넓어졌고, IP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불법촬영, 스캠, 텔레그램 마약 판매가 등장한다.
저자는 기술 변화가 새로운 범죄의 조건도 만들었다고 본다. 마약 드로퍼로 적발된 사람이 마약중독자나 무직자가 아닌 국가직 신분이었고, 휴가를 이용해 일을 했다는 사례도 소개한다.
'얼굴 없는 사이코패스들'에서는 2020년대 초보다 텔레그램 마약 판매가 더 복잡해진 현장을 다룬다. 돈을 벌기 위해 마약 던지기 일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형사의 말도 실었다.
책 속 사건은 범죄가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범죄를 따라가며 사회와 기술의 변화가 남긴 어두운 면을 함께 살핀다.
백골 사체에서 단서를 찾거나, 변사로 여겨진 죽음에서 살인의 흔적을 포착한 형사들의 수사도 담겼다. 미제 사건 해결을 위해 유전학 박사과정을 밟은 형사의 이야기도 나온다.
현장을 지키는 형사들의 얼굴
수갑을 물려받은 홍 형사는 열쇠를 받지 못해 14년 동안 수갑을 쓰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이후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온 선배에게 열쇠를 받아 사용하게 됐다는 일화다.
피의자를 차 안에서 기다리던 홍 팀장은 당시 상황을 두고 "극한직업이요"라고 답한다. 영화 '극한직업' 속 마약반 형사 장면과 비슷했다는 기억을 덧붙인다.
저자는 범죄의 결과보다 수사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과 심리에 시선을 둔다. 사건을 쫓는 형사들의 피로와 피해자에 대한 연민, 동료를 향한 감사도 기록의 한 축이다.
저자는 2005년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25년에는 강력사건 취재 에세이 '창밖에 사체가 보였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범죄의 전말과 수사 기법만 나열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범죄와 그 현장을 오래 지켜본 형사들의 경험을 통해 사건 뒤에 남는 인간의 얼굴을 살핀다.
△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진규 지음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표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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