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굴레 깨뜨릴 대안은…혈연 초월한 新가족 이상향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16일, AM 09:17

'일상의 유토피아' (사람in 제공)

피로 얽힌 부모와 자식만이 완전한 공동체라는 믿음이 현대인을 외롭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저명 민족지학자 크리스틴 R. 고드시가 출간한 이 책은 지난 2000년 동안 이어진 사회적 실험을 짚어보고, 가족과 양육의 위기를 넘어설 길을 모색했다.

과거에는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여겨졌던 생각들이 시간이 흘러 상식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플라톤이 상상하고 엥겔스가 부르짖었던 국가 주도의 공공 돌봄은 21세기 사회의 기초가 됐다. 죄악처럼 취급받던 이혼 역시 오늘날 자연스러운 삶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불우했던 자신의 성장기를 직접 꺼내 보이며 기존 가족 틀의 모순을 날카롭게 짚었다. 집안을 지옥으로 만들던 아버지와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갈라서지 못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픔을 털어놓으며, 가족 문제는 머리로 따지는 연구가 아니라 온몸으로 겪어낸 상처라고 고백했다. 이어 부모의 갈등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여전히 넘쳐난다며, 남녀 부부와 자녀로 묶인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안으로는 마음으로 맺어진 '선택된 가족'이나 '셋이 함께하는 육아' 같은 유연한 연대를 꼽았다. 고교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은사 부부에게서 참된 돌봄을 배웠다는 그는,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연대가 위기에 빠진 사회를 구할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동북아시아 여성들이 겪는 현실도 비춘다. 한국 사회의 비혼 흐름과 혼기를 넘긴 여성을 깎아내리는 일본의 풍조를 살피며 닫힌 공동체의 숨 막히는 현실을 꼬집었다.

혈연만을 고집하는 전통적 가족관은 저출생과 고립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비현실적인 꿈으로 치부되던 공동체적 상상력이 이제는 벼랑 끝에 선 현대 사회를 구출할 가장 절실한 현실적 처방전이 되고 있다.

△ 일상의 유토피아/ 크리스틴 R. 고드시 글/ 성원 옮김/ 488쪽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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