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나 도시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상징적인 메뉴가 없는 세종에서, 세종시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다른 방식으로 밥상을 구성했다. 굳이 오래된 내력을 만드느라 애쓰지 않고 지역 농산물과 청년 창업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음식을 엮은 1박 2일 미식 여행 프로그램 ‘세종오식’이다. 오는 19일 첫 손님을 맞이하기에 앞서 그 동선을 먼저 따라 걸었다.
산장가든의 석갈비 차림. 노릇하게 구운 돼지갈비와 곁들임 반찬이 식탁에 올랐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은은한 숯 향이 스민 달콤한 양념갈비도 젓가락이 바삐 가지만, 고소함 끝에 알싸한 매운맛이 따라붙는 매운 석갈비가 더 잔상을 남긴다. 특제 돌판 덕분에 마지막 한 점까지 온기가 유지된다. 식당 관계자는 “손님들이 고기 굽느라 대화를 놓치지 않게 하려고 옛날부터 숯불에 미리 다 구워 돌판에 올리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복숭아 피자와 무화과 샐러드, 감바스를 펼쳐 놓은 세종 빠스타스의 식탁. 음식 옆으로 백경증류소의 술병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이 피자 곁에는 수입 와인 대신 장군면에 있는 백경증류소의 우리 술이 잔에 채워진다. 정승안 양조사는 “쌀과 백경 밀누룩, 물만 써서 발효시키는데, 인공 단맛을 빼고 화이트 와인처럼 산뜻한 신맛을 끌어올렸다”며 “피자의 치즈나 올리브유가 주는 느끼함을 산미로 잡아주기 때문에 서양 음식과 어울림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 15도의 ‘백경 15 골드’는 단맛이 적고 끝맛이 드라이해 이탈리아 요리의 기름진 기운을 산뜻하게 씻어낸다.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닭을 튀기고 있다. 커다란 기름솥 옆으로 갓 튀긴 통닭이 놓여 있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바삭하게 튀겨낸 파닭부터 수제 떡갈비, 만두, 그리고 “밀가루에 땅콩을 넣은 게 아니라 땅콩에 밀가루를 약간 버무려 튀겼다”는 시장 골목 땅콩과자까지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겼다. 옛 조치원 역사 근처에 자리한 레트로 카페 ‘화양연화’의 긴 나무 테이블에 모여 봉지를 풀자 누구 하나 겹치지 않는 풍성한 장터 한 상이 펼쳐졌다. 시장 상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사 온 음식들이라 먹는 재미가 남다르다.
오후가 되자 장터 천막 아래로 주황색 노을빛이 낮게 깔렸다. 조치원 시장을 빠져나와 낡고 빛바랜 간판들이 이어진 옛 읍내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배부름을 밀어냈다. 이름난 명물 한 그릇을 싹 비우고 돌아서는 길과는 다른,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상인들과 청년들의 온기가 섞인 추억의 맛이었다.
‘세종오식’ 참가자들이 세종전통시장에서 골라 온 먹거리로 차린 ‘수라상’. 파닭과 만두, 떡 등 장터 음식이 한 상에 모였다.(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