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인어고기' 둘러싼 인간들의 민낯…'인어기담'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9일, AM 02:01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인어고기' 둘러싼 인간들의 민낯…'인어기담'
◇카카오웹툰 ‘인어기담’

인어라는 존재는 그간 수많은 콘텐츠에서 미스터리한 소재들로 사용돼 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양에서는 입체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를 가질 수 있다는 소재가 특히 많이 사용됐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도 줄곧 다뤄져 왔던 소재다.

그랬던 인어라는 소재가 한국에 맞게 재해석됐다. 설화 등을 중심으로 한 동양 판타지 작품들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온 젤리빈 작가의 작품 ‘인어기담’이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이 작품은 인어고기를 통해 불로불사의 몸을 가진 주인공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특유의 긴장감 있는 연출로 그려냈다. 서늘한 작품 분위기 속 각 캐릭터들의 다양한 사정들과 심리묘사들이 독자들에게 몰입도를 높여준다.

시대 배경은 고려 시대다. 몽골군으로 부터 삶의 터전을 잃은 쌍둥이 자매(도소리·도보리)가 우연히 인어고기를 먹게 되면서 일이 시작된다. 또 다른 주인공은 남의 불행이나 슬픔을 ‘파란 불꽃’으로 볼 수 있는 ‘원보’다. 소꿉친구 ‘이와’와 결혼하려 했지만 도보리의 욕심에 이와는 물론 온 마을사람들을 잃는 아픔을 겪는 인물이다.

도보리가 원보에 욕심을 갖는건 인어고기를 먹고난 후부터 끊임없이 들려오는 허무함과 상실감 때문. 하지만 원보를 만난 이후부터 ‘완전함’을 느끼게 되고, 이에 원보에 대한 집착으로 변하게 된다. 이에 남은 인어고기를 원보에게 먹이면서 그를 육신만 남은 빈껍데기로 만들게 된다.

이 작품은 집착과 증오, 복수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두 남녀가 어떤 파멸적인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의 중심엔 모든 일의 화근인 인어고기가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도 정반대다. 때문에 인어고기를 지키려는 자, 없애려는 자간의 구도도 뚜렷하게 그려진다. 인어고기로 인한 ‘신적인 육체’라는 장점보다 정신이 피폐해지는 ‘저주’로 묘사하는 과정이 매우 ‘서늘’하게 진행된다.

인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1980년대 초반 일본의 타카하시 루미코의 단편작 시리즈가 유명하다. ‘인어의 숲’ 등인데 인어고기를 먹고 불로불사의 몸을 갖게 된 주인공이 전국시대부터 현대까지 살면서 겪는 여러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다뤘다. 카카오웹툰 인어기담 처럼 연출 과정이 상당히 어둡고 암울하다. 다크 판타지물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인어기담은 이처럼 일본 등에서 유명한 인어 소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에 맞춤형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인간의 탐욕을 입체적으로, 또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주제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작화도 개성 있다. 화려한 작화는 아니지만 극의 분위기를 100% 전달해준다. 암울한 극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확실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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