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하나가 아니다…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해부하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20일, AM 06:36

'칩노믹스' 표지/뉴스1

'칩노믹스'는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의 성장과 AI 공급망을 따라가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다음 전략을 묻는다. 이은호는 대만의 경쟁력을 한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60여 년간 축적한 산업 생태계에서 찾는다.

책은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부터 첨단 패키징, AI 서버 제조까지 이어지는 대만의 산업 연결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에이서, 폭스콘, 콴타, 위스트론, 미디어텍 등 기업의 변화를 함께 다루며 대만이 세계 기술 산업에서 차지한 위치를 짚는다.

대만은 1960년대부터 기술 중심 국가를 목표로 연구기관과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인재를 길러왔다. 정권 교체에도 산업정책의 큰 방향을 유지하고, 실패 경험을 다음 창업의 자산으로 삼는 환경이 축적됐다고 본다.

1974년 2월 7일 타이베이역 인근 난양제의 한 식당에서 열린 조찬은 반도체 육성계획의 출발 장면으로 제시된다. 판원위안이 집적회로 산업 육성을 제안하자 쑨윈쉬안 경제부 장관은 기술 안착에 4년과 10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사업안을 승인했다.

이후 ITRI와 신주 과학단지는 디지털 기업이 태어나는 기반이 됐다. 리궈딩은 모리스 창을 영입하고 반대 속에서도 TSMC를 독립 순수 파운드리로 세우는 데 관여했으며, 과학단지 기술자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벤처캐피털 연결도 추진했다. 모리스 창은 56세에 순수 파운드리 구상을 기업화해 40년 동안 키웠고, 책은 그 선택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꿨다고 본다.

저자가 정리한 대만 성장의 조건은 다섯 가지다. 창업을 자연스러운 진로로 보는 문화, 창업을 지원하는 가족 환경, 기업보다 생태계를 먼저 보는 협력, 흔들리지 않는 산업정책, 해외 인재와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개방성이다.

대만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는 경쟁하면서도 공급망 안에서는 협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기업과 설계기업이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 성과가 개별 기업에 돌아오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에이서는 OEM 생산을 넘어 '스마일 커브' 전략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로 등장한다. 저자는 2023년부터 대만에 근무하며 에이서 창업자 스전룽 부부를 만나고, 스전룽의 자택에서 면담한 경험도 기록했다.

폭스콘은 '세계의 공장'에서 AI 서버와 전기차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한 기업으로 다뤄진다. 콴타와 위스트론은 노트북 제조에서 AI 서버 시장의 강자로 이동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밀주물·사출성형과 패스너 산업도 생태계의 한 축이다. 대만의 고정밀 패스너 산업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3%를 차지하고, 생산과 수출에서 중국·미국과 함께 세계 상위 3개국에 든다고 책은 적었다.

△ '칩노믹스'/ 이은호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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