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집에서 더 이상 수제 피클을 만들지 않는 이유[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24일, AM 07:00

전호제 셰프

느끼한 크림 파스타는 피클과 함께 먹었다. 피클 리필만 여러 번 하는 테이블도 많았다. 가게에선 피클을 맛있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고 비법을 유지하기 위해 전담 직원을 두기도 했다. 소위 맛집 파스타집이 되려면 피클 맛집이 돼야 했다.

요즘은 피클을 만드는 일보다는 새로운 메뉴에 집중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과감하게 피클 맛집을 포기하고 본연의 메뉴에 집중하는 것이다. 파스타집으로 치면 직접 생면을 만든다거나 뇨키를 만드는 게 가게의 생명력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이다.

피클 맛집을 포기하는 가게들
피클 작업이 어떻길래 이런 결정을 하게 될까. 먼저 피클은 무료로 제공되는 반면 관리에 큰 비용이 발생한다. 냉장고에서 피클 보관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 반면 공장 제조 피클은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필요한 만큼 주문하니 효율적이다.

요즘처럼 가게 임대 비용이 오르면 냉장 보관된 수제 피클은 고스란히 비용으로 잡힌다. 한번에 대량으로 만들어 놓으면 다 쓸 때까지 냉장고를 차지하게 된다. 마치 김장을 하고 나서 김치냉장고 여유 공간이 없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현지식 메뉴 개발을 하기에 벅찬 젊은 요리사에겐 큰 짐이다.

감춰진 피클 유지 비용 커
더 이상 피클 없이도 서양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해외 체류나 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눅진한 카르보나라 파스타도 그 자체의 맛으로 먹으면서 이탈리아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다. 레스토랑 운영자도 메뉴나 인테리어를 해외 현지와 가깝게 만들려 노력한다.


리얼한 유럽의 식문화를 느끼려고 가는데 난데없이 한국식 피클이 나온다면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러니 입가심이 필요하면 통조림 피클로 한입 먹어주면 된다. 혹은 함께 음료나 와인을 곁들여도 충분하다.

현지식 표방하는 가게 늘어
예전에는 파스타를 먹고 나면 커피도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는 했다. 지금은 바로 자리를 떠서 디저트 카페나 바(bar)로 이동한다. 고객 스스로 느끼함을 해소할 다음 가게를 찾는 것이다. 피클을 몇 번 리필하며 커피도 주문하고 디저트도 한자리에서 해결하던 손님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권의 생태계도 레스토랑, 카페, 바(bar)가 다양하게 섞여 있고 고객들도 레스토랑에서 식사만 해결하고 바로 자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후 카페나 바로 이동하는 고객
한때는 피클 맛으로 파스타 먹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반찬처럼 무료 제공하는 피클 문화가 서양식 레스토랑과 함께했다. 해외여행을 가보면 추가 피클은 유료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일본에 가도 무료 단무지나 피클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식 수제 피클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해외 경험이 늘면서 서구식 식사에 쉽게 접근하게 해주던 피클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아직도 독특한 수제 피클을 주는 파스타집이 있다면 아마도 오래된 맛집일 수 있다. 피클에 대해 칭찬을 해주면 아마도 좀 더 오래 맛난 피클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opini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