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에 뜬 보름달(사진=연합뉴스)
천문학의 정교한 셈법이나 태양의 완전한 반대편에 서는 ‘망(望)’의 미세한 수치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세시의 풍속이란 본디 과학의 각도보다 땀 흘려 가꾼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고 차오르는 빛의 풍요로움을 마음에 품어보는 삶의 아늑한 간절함에서 나오는 까닭입니다. 서울 기준으로 달이 가장 높이 오르는 밤 11시 31분까지 길 위에서 고요히 달을 맞이하기 좋은 대표 명소들을 거닙니다.
◇성벽의 돌빛과 도심의 불빛을 따라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서울 한복판, 혜화문에서 낙산을 넘어 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2.1㎞의 한양도성 길입니다. 경사가 완만해 걷는 수고로움이 적으면서도 성곽을 따라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인 길입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낙산공원의 야경(사진=한국관광공사)
◇성곽 위로 떠올라 용연 수면에 스며드는 달
경기도에서 달밤을 걷기 가장 고즈넉한 곳을 꼽는다면 단연 수원화성의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과 그 아래 들어앉은 연못 ‘용연’입니다. 조선 성곽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곳은 해가 지고 달이 뜰 때 비로소 숨겨둔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달빛 아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고궁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경기 수원 화성행궁(사진=수원문화재단)(사진=수원문화재단)
◇하늘과 바다, 호수와 잔에 뜨는 다섯 개 달
강원도 달맞이의 대명사는 예부터 경포대(鏡浦臺)였습니다. 경포대에 오르면 옛 시인묵객들이 읊었던 ‘다섯 개의 달’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늘에 뜬 달, 동해 바다에 비친 달, 경포호수에 스며든 달, 그리고 마주 앉아 기울이는 술잔과 서로의 눈동자에 뜬 달입니다.
◇금강 물길 비추는 백제의 옛 시간
충청의 달맞이는 백제의 숨결이 고인 공주 공산성(公山城)의 금강 물길을 따라갑니다. 금서루에서 출발해 성곽 능선을 따라 공산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은은하게 조명을 받쳐 든 돌성벽과 고요히 흐르는 금강이 교차하는 낭만적인 밤길입니다.
백제의 숨결이 고인 공주 공산성(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전설 속 달나라 궁전에서 걷는 밤의 길
이름부터 ‘달나라 궁전’을 뜻하는 전북 남원의 광한루원(廣寒樓苑)과 그 앞을 흐르는 요천 변 승월교(昇月橋)는 전라권 달맞이의 으뜸으로 꼽힙니다. 전설 속 월궁(月宮)을 지상에 재현했다는 광한루원의 목조 건물과 완월정(玩月亭)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전북 남원 광한루의 완월정(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천년의 신라와 애틋한 그리움 서린 물길
경상도권에서는 물길 위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이름난 목조 다리가 달맞이의 백미입니다. 경주 월정교 다리 앞 징검다리에 서면 수면 위로 비친 문루와 다리의 잔영, 그리고 하늘의 달이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프레임을 만들어냅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 노을빛이 교차할 때 다리 주변을 거닐고, 일몰 후 황금빛 야간 조명이 물길을 물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천년 고도에서 맞는 달맞이의 운치입니다.
경주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인 월정교 징검다리. (사진=경주시)
경북 안동 월영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