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 시대'의 개막…포드, 모델 T 생산 개시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September 27일, AM 06:00

포드자동차 모델 T fra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08년 9월 27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피케트 애비뉴 공장에서 자동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첫발이 내디뎌졌다. 헨리 포드가 야심 차게 기획한 '모델 T'의 첫 양산 모델이 조립을 마친 날이다.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그의 일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모델 T이 핵심 가치는 단순함과 견고함이었다. 부품 규격을 통일해 고장이 나도 누구나 쉽게 고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마력의 4기통 엔진과 2단 유성기어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 시속 약 70km로 달렸으며, 험한 비포장도로에서도 거뜬히 버텼다. 출고 당시 가격은 850달러로 여전히 만만치 않았지만, 기존 고급차들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진정한 혁명은 공정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일이었다. 도살장의 해체 공정에서 영감을 얻은 포드는 1913년 이동식 조립 라인을 구축했다. 차체 제작 시간은 12시간에서 93분으로 대폭 줄었고, 생산 효율이 치솟자 가격은 30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로써 효율성 극대화가 실현됐다.

포드는 대량 소비의 길까지 닦았다. 1914년 노동자의 일당을 당시 업계 평균의 두 배인 '일당 5달러'로 올리고 근무 시간을 8시간으로 줄였다. 노동자가 자사 제품을 직접 소비하는 중산층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것이다. '포디즘'이라 불리는 이 체제는 현대 자본주의 생산과 소비의 기본 틀을 완전히 바꿨다.

'틴 리지Tin Lizzie)라는 애칭으로 불린 모델 T는 1927년 단종될 때까지 15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단일 차종으로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이었다. 모델 T의 보급과 함께 미국 전역에는 도로가 포장되고 주유소와 교외 주거지가 생겨났다. 마차의 시대를 끝내고 현대 도시 문명과 도로 교통의 풍경을 완전히 재편한 셈이다.

이날은 보통 사람들의 이동권을 해방하며 20세기 산업 문명의 지형도를 통째로 바꾼 거대한 분기점이었다. 118년 전 오늘 힘차게 시동을 건 모델 T의 바퀴는 지금 인류가 누리는 모빌리티 혁명의 시발점이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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