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리보 김치'의 한 장면(사진=ⓒ구자하).
‘하리보 김치’는 제목부터 엉뚱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음식 김치와 독일 젤리 하리보를 한데 붙였다. 15년 넘게 유럽에서 살아온 구자하는 이 작품에서 음식을 고향과 타지를 잇는 매개로 삼는다. 낯선 곳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고 먹었던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이주와 정체성, 타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감각을 풀어낸다.
작품 속 음식에는 저마다 기억이 얹혀 있다. 유럽으로 떠날 때 김치 10㎏을 싸들고 갔던 일, 타지에서 겪은 차별과 외로움, 고향 음식을 해 먹으며 버텼던 시간이 이어진다. 노래하는 달팽이와 하리보 젤리, 무대를 돌아다니는 로봇 장어 같은 장치도 등장한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유머와 기묘한 상상력으로 비튼다.
연극 '쿠쿠'의 한 장면(사진=ⓒ구자하).
귀여운 밥솥들의 수다는 곧 1997년 외환위기로 향한다. 압력밥솥의 ‘압력’은 당시 한국 사회를 짓누른 압력과 겹쳐진다. 청년실업과 불평등, 고립 같은 문제를 구자하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풀어낸다. 사람 대신 밥솥이 말을 걸고 답하는 장면이 웃음을 만들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는 IMF 이후 한국 청년들이 겪은 상처가 남는다. 실제 밥솥에 이름까지 붙여 하나의 등장인물로 만들었다.
구자하의 이름을 알린 ‘하마르티아 3부작’ 역시 개인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롤링 앤 롤링’(2015)은 영어 발음을 고치기 위해 혀 수술까지 했던 한국 사회의 영어 열풍을 통해 언어와 권력 문제를 다뤘다. ‘쿠쿠’가 경제적 압력을 이야기한다면 마지막 작품 ‘한국 연극의 역사’(2020)는 한국 연극이 왜 셰익스피어 등 서구의 기준을 좇게 됐는지를 되짚는다. 영상과 음악, 로봇과 말하는 밥솥을 섞어 한국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 식이다.
이 낯선 무대는 이미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하리보 김치’는 올가을 에스토니아 탈린을 시작으로 로마·밀라노·라이프치히·리스본·프랑스 발랑시엔에서 잇달아 공연한다. 다음 무대도 이미 준비 중이다. 구자하는 오랜 협업자인 시각예술가 정은경과 함께 K팝을 소재로 한 신작 ‘Born to be K to be POP’을 만들고 있다. 2027년 여름 초연한 뒤 국제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연극 '롤링 앤 롤링'의 한 장면(사진=ⓒ구자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