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아래 잠실주경기장. 2026.9.6 © 뉴스1 김진환 기자
1984년 9월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벌에 거대한 백자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초대형 경기장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1977년 착공 이후 7년여 만에 완공된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의 개장식이 열린 날이다. 1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람석과 현대식 육상 트랙을 갖추고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주경기장은 조선 백자의 유려한 곡선미를 현대적 콘크리트 구조로 구현해 내 건축사적 가치 또한 높았다. 착공 당시만 해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유치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으나, 1981년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1988년 하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며 그 위상이 격상됐다.
개장 당일 5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했고, 화려한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이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고, 대규모 매스게임과 연예인 축하 공연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이어 열린 한국과 일본의 축구 국가대표 정기전은 축제의 열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잠실 주경기장의 탄생은 국가적 중대사의 분기점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냉전 종식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동서 화합의 무대로서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진 현장이자,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의 굴레를 벗고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순간을 생생히 증명한 공간이 됐다.
이후 주경기장은 스포츠의 성지를 넘어 마이클 잭슨, BTS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거쳐 간 대형 문화 예술 공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40여 년 세월 동안 수많은 감동과 환희, 국민적 연대의 기억을 켜켜이 쌓아 올리며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궤적을 함께 그려냈다.
주경기장 대한민국이 전쟁의 상흔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완결 지었음을 전 세계에 알릴 상징물이었다. 개장 반세기를 향해 가는 오늘날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 개발 계획에 맞춰 대대적인 리모델링 중이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기억을 보존한 채 미래형 첨단 랜드마크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