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판인들이 만든 AI 사용 원칙…"출판물 표시 기준 3단계 제안"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PM 05:32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우선 출판사 여러분은 계약서 먼저 바꾸셔야 합니다! 향후 법적 분쟁의 상대가 인공지능(AI) 대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박정인 덕성여대 교수가 29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박정인 덕성여대 교수가 29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29일 서울시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열린 출판·AI 정책포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 시대 출판 생태계가 나아갈 길’에 참석한 박정인 덕성여대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정책포럼에는 300여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였다.

기조발제 ‘AI 시대 출판인이 가야 할 길’을 맡은 박 교수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출판인이 가야할 길은 인간의 창작과 편집 책임을 중심에 두고 AI의 관여 정도를 투명하게 밝히며 출판물의 학습 이용을 권리자가 통제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출판 계약에 저작자와 출판사 양측의 AI 활용 고지 및 협의 절차를 담고, 출판물의 AI 학습 이용은 기존 출판권과 구분해 권리자의 선택과 허락을 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학습 데이터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와 이용 목적에 따른 정당한 보상 기준도 주요 과제로 짚었다.

그는 “출판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과제는 계약서를 바꾸는 일”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가 저자와 출판사, 서점과 플랫폼, 도서관, 정부, AI 기업이 각자의 책임을 확인하고 공동의 기준을 시작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출판계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 현장 목소리도

기조발제 이후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출판·유통·번역·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에서 AI 시대 출판 생태계의 과제와 실천 방안이 논의됐다.

정진근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를 다루기 위해선 전면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데 법학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이에 시장에서 먼저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출판인들이 선제적인 대응을 해주어야 하는 대목”이라면서 “출판단체 중심의 공동협상 체계, 목적별 표준 라이선스, ISBN 기반 메타데이터 구축은 출판계가 AI 기업과 대등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가장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경 지와인 대표(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는 “‘투명성 표시 제도’는 책임과 공정한 보상으로 가는 길을 여는 일”이라며, 출판계가 자율적으로 표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성실히 지키는 과정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와 AI 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확보하는 토대가 된다고 짚었다. 표시제도는 크게 3단계로, 1단계 인간 저작물, 2단계 AI 보조 저작물, 3단계 AI 생성 출판물로 나뉜다.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은 “출판물 유통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AI 활용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검토 책임을 분명히 하며, 문제가 생기면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판사는 제작·검토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사는 이를 판매처에 정확히 전달하며, 서점은 독자에게 표시하고 문제 제기를 접수하는 역할을 맡되, 오류 정정과 유통 제한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까지 공동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9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29일 열린 정책포럼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한편 이날 포럼 말미에는 12개 출판·저작자 단체 등이 참여한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 발표가 이어졌다. 해당 원칙에는 책을 만드는 본질적 주체와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으며, AI는 창작을 돕는 도구라는 기준을 담았다.

더불어 출판사가 출간하는 책은 AI 산출물에 대한 인간의 통제와 검증 여부에 따라 △인간 저작물 △AI 보조 저작물 △AI 생성 출판물로 구분하며 이 가운데 AI 보조 저작물과 AI 생성 출판물은 판권면이나 독자가 알아보기 쉬운 위치에 해당 정보를 표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AI 사용 원칙은 저작자가 원고를 전달할 때 AI 활용 단계와 범위를 출판사에 알리고, AI가 제시한 정보의 사실관계와 타인의 권리 침해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했다. 출판사에는 저작자와 AI 활용 범위를 협의하고 사내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출판물을 AI 학습에 이용할 때는 권리자의 동의와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삼았다. 의료·법률·투자·아동·교육 등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에서는 사람의 검수를 더욱 강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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