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는 바닐라향, ‘엠마’는 장미향…책에도 향기가 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PM 08:44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긴 항해를 마치고 마침내 고향 이타카에 돌아온 오디세우스에게선 어떤 향기가 날까. 달콤하고 포근한 바닐라 향이 그 답이 됐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 속 우아하고 생기 넘치는 에마의 모습은 화사한 장미 향으로 표현했다. 눈으로 읽던 고전문학을 코끝으로도 만나는 시대다.

최근 영화 ‘오디세이’ 개봉과 함께 고전을 ‘향’으로 즐기는 독특한 상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스24가 지난해 3월 선보인 문학 디퓨저는 고전 속 인물과 공간, 감정을 향으로 풀어낸 제품이다. 29일 예스24 관계자는 “영화 개봉 이후 ‘오디세이아’를 바닐라 향으로 표현한 ‘오디세우스의 귀환’ 판매량도 늘었다”며 “문학 디퓨저 가운데 가장 많이 찾는 향은 ‘에마’를 장미 향으로 표현한 ‘에마의 우아함’”이라고 말했다.

영화 ‘오디세이’ 개봉 이후 한 달간인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 ‘오디세우스의 귀환’ 판매량은 직전 30일보다 약 3.4배(243.8%) 증가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오디세이’ 각본집과 메이킹북, ‘일리아스&오디세이아’ 등 관련 책과 함께 특별 한정판으로 소개하면서 영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고전과 향으로까지 번졌다.

예스24의 문학 디퓨저(사진=예스24).
예스24의 문학 디퓨저(사진=예스24).
고전의 향을 풀어내는 방식도 작품마다 다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영감을 얻은 ‘오디세우스의 귀환’에는 바닐라 향을 입혔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과 또 다른 10년의 표류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의 안도감을 달콤하고 포근한 향으로 표현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서는 숲의 향을 꺼내왔다. 고요한 호숫가에서 자연과 삶을 들여다본 작품의 분위기를 사이프러스 향에 담아 ‘월든의 숲’이라 이름 붙였다.

소설 속 인물을 향으로 만날 수도 있다. ‘엠마’의 주인공 에마는 플로럴 계열의 장미 향으로 표현한 ‘에마의 우아함’으로 다시 태어났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속 화려한 황금빛 세계에서는 오렌지 향을 끌어내 ‘개츠비의 태양’이라 이름 붙였다. 사랑과 자유의 삶을 살았던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의 감수성은 오렌지 꽃 향을 담은 ‘오로르의 꿈’으로 표현했다. 오로르는 조르주 상드의 본명 아망딘 오로르 뤼실 뒤팽에서 따왔다.

문학의 이미지를 향으로 옮기는 작업에는 전문 조향사들도 참여했다. 예스24는 프랑스 향기 브랜드 발쇼(BALCHAUD)와 협업해 천연 원료와 프랑스 제조 기법을 활용했다. 세계적인 향료회사 로베르테(Robertet) 소속 조향사 카린과 향기 오스카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향사 샤디가 향 개발에 참여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일러스트레이터 송지혜 작가가 맡아 고전문학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책장을 넘기며 머릿속으로 그리던 고전의 세계가 이제는 향으로도 펼쳐지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부터 에마의 우아함, 월든 호숫가의 고요함까지 저마다의 향으로 되살아난다. 오래된 고전이 바닐라와 장미, 숲의 향을 입고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예스24의 문학 디퓨저(사진=예스24).
예스24의 문학 디퓨저(사진=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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