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한국 기업 유치땐 줄줄이 온다"… 해외 관광청들 러브콜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AM 05:01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지난 1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인센티브 여행 상담회’. 일본 지자체와 컨벤션뷰로, 호텔 등 25개 기관·업체 관계자 60여 명이 한국 기업 포상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며 각 지역의 관광자원과 지원 혜택을 적극 알렸다.

일본정부관광국 관계자는 “한국 포상관광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규모 비공개로 진행하던 상담회를 올해 처음 공개 행사로 전환했다”며 “참가를 신청한 일본 현지 업체도 지난해 40여 곳에서 올해 70여 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인센티브 여행 상담회’ 현장
지난 17일 열린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인센티브 여행 상담회’ 현장
해외 관광청이 한국 기업회의·포상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꼽고 전용 혜택과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맞춤형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호주관광청은 ‘관광 2035’ 로드맵에서 한국을 일본·베트남과 함께 포상관광 분야의 ‘핵심 신흥시장’으로 분류했다. 베트남 다낭은 올해 6~7월 서울·대구·부산에서 골프·마이스 상품을 홍보하며 한국 시장 전용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했다. 필리핀도 관광부 한국사무소와 관광진흥청(TPB)이 협력해 한국 마이스 바이어 대상 팸투어를 기획하는 등 기업 단체 수요 확보에 나섰다.

마이스 관광객은 각국 관광청이 우선적으로 유치하려는 고객층이다. 단체 이동과 숙박, 행사·체험 프로그램 등을 동반해 관광 목적지 입장에서는 지출 규모가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관광 도시에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비수기 행사 개최나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광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이스 시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 포상관광, 아시아 벤치마킹 대상

해외 관광청이 특히 한국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아시아 기업의 포상관광 목적지 선택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어서다. 여행 경험이 많고 목적지 선택 기준이 까다로운 한국 기업이 다녀간 지역과 프로그램을 다른 아시아 기업이 참고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두바이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A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가 두바이에서 인센티브 투어를 진행한 뒤 이듬해 일본지사도 두바이를 찾았다. B 보험사가 일본에서 포상관광을 진행한 뒤에는 중국과 태국 기업들이 같은 목적지를 찾았다. 목적지뿐 아니라 프로그램과 이동 코스까지 앞선 기업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희 두바이관광청 비즈니스 이벤트 팀장은 “포상관광은 규모와 성격상 고객 만족이 절대적이어서 모험보다는 검증된 상품을 택하는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이 다녀갔다는 것 자체가 트렌디한 ‘K 브랜드’의 보증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목적지 선택 기준도 다른 아시아 시장과 차이가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지난해 8월 서울 인센티브 상담회 참가 업체 55곳을 설문한 결과, 한국 시장의 목적지 선택 기준은 직항편(71%)과 호텔(69%), 관광지 매력(63%)이 가격(54%)보다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시장은 모두 가격을 1순위로 꼽았다. 한국 시장을 잡으려면 비용 혜택뿐 아니라 이동 편의와 체류 환경, 관광 콘텐츠까지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맞춤 의전부터 테마 투어까지…“한국 단체 잡아라”

관광청과 현지 업체가 한국 고객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바이에서는 주류 규제가 엄격하던 시기 한국 기업 단체의 만찬에 소주를 반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은 사례가 있다. 호텔 로비에서는 한복을 입은 현지인들이 일행을 맞았고, 뷔페에는 비빔밥과 갈비가 올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일부 현지 호텔이 한국 단체의 체크인 절차를 간소화한 사례가 있다. 객실 키를 미리 준비해 단체 도착 후 프런트에서 개별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곧바로 객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 관계자는 “한국 단체가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현지 업체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청들은 한국 포상관광 시장의 변화에 맞춰 체험 프로그램도 다듬고 있다. 여행 경험이 풍부한 참가자가 많아 익숙한 관광지만으로는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이 자주 찾는 근거리 국가일수록 새로운 체험과 방문지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홍콩관광청 마이스 관계자는 “한국 고객들은 이미 개별 여행으로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 비율이 높기에 새로운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예술·미식 같은 특색 있는 테마를 더하고, 란타우섬 등 새로운 목적지를 앞세워 홍콩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개별 여행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古城) 정원이나 아쿠아리움의 대형 수조 앞에서 만찬을 열고, 1200년 역사의 사찰에서 명상과 사찰 음식을 체험하는 식이다. 타우라 야스노리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장은 “양국 업계가 교류할 수 있는 상담회를 꾸준히 여는 한편,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이런 특별한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팸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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