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참 맛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AM 05:31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 계절을 맞아 음식과 맛을 다룬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시선을 끈다. 노화의 속도는 우리가 먹는 것이 결정한다는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와 단맛·짠맛·신맛·감칠맛과 달리 25종의 수용체를 지닌 쓴맛을 탐구한 ‘쓴맛’이 그 주인공이다.

데이비드 콕스|532쪽|알에이치코리아
데이비드 콕스|532쪽|알에이치코리아
◇노화 막는 것은 건강한 식단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는 영국 과학·건강 저널리스트이자 신경과학 박사인 데이비드 콕스의 2년에 걸친 여정을 담는다. 저자는 스페인과 쿠웨이트, 칠레, 중국 광시 장수촌까지 여정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노화 과학자들을 인터뷰한다. 또한 저자 스스로 피험체가 돼 식단 실험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취재하던 와중에 똑같은 바이러스에 걸려도 사람마다 질병의 경과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중요한 건강 지표라는 연구 결과에 주목했다. 이후 2년간 세계 각국의 노화 과학 연구 현장을 찾았다.

책은 노화 과학을 활용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인간의 늙어가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2차 성징이나 폐경처럼 몸 속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래밍된 노화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하는 방식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지는 ‘퇴행성 노화’다. 퇴행성 노화의 경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책은 아무리 의학과 과학이 발전해도 노화의 속도는 우리가 먹는 것들로 대부분 결정된다고 말한다. 과도한 칼로리 섭취부터 설탕, 조리과정에서 생기는 독소물질인 최종당화산물, 식이섬유의 부족, 개인 유전자와 생체 시계를 무시한 식습관 등 잘못된 식단이 우리 몸을 빠르게 노화시킨다는 경고다.

특히 저자가 직접 자신에게 임상실험 한 결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는 몇 달간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단을 통해 생물학적 나이를 4년 이상 되돌렸다고 저술한다. 저자는 “초가공식품을 끊고 되도록 식사를 찌거나 저온에서 오래 익히는 조리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면서 “50세가 넘었다면 비타민B와 비타민D 영양제는 필수이며, 한끼에 잎채소 한 접시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최낙언|436쪽|헬스레터
최낙언|436쪽|헬스레터


◇수용체 25종에 달하는 복합적인 맛 ‘쓴맛’

‘쓴맛’은 미각 중 가장 강렬하고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는 쓴맛의 과학·인문학적 의미를 다룬 음식 과학서다.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해태제과·서울향료에서 아이스크림 개발과 향료 응용 기술을 연구힌 저자가 신맛, 짠맛, 감칠맛, 단맛에 이어 펴낸 ‘인류 미각 탐구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책은 인류가 독을 감지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진화 에너지를 투입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인류는 생존을 위한 천연 독소 판별을 위해 쓴맛을 꼼꼼하게 구별해야 했다. 그 결과 1개의 수용체를 가진 다른 맛과 달리, 쓴 맛의 수용체는 25종이나 됐다. 나아가 불을 사용한 조리법과 미생물 발효 기술을 발명해 독소를 제거하고, 커피·차·맥주처럼 쓴맛 속에 숨겨진 약리 성분과 고유의 풍미를 즐기는 유일한 종으로 거듭났다.

쓴맛을 느끼는 개인차는 최대 1000배에 달한다. 저자는 “후각도 긍정적 냄새보다 부정적 냄새에 더 민감하고 표현도 다양하다”면서 “좋은 향은 향긋하다, 향기롭다 정도지만 나쁜 냄새는 악취, 쉰내, 구린내, 지린내 등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책은 동일한 쓴맛을 내는 독과 약을 가르는 기준은 ‘성분이 아닌 양’이라고 결론내린다. 저자는 “독을 희석해 가다보면 아무런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독성이 사라지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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