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학의 가면'을 쓴 백신 음모론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AM 06:01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아 백신 권장 질환 목록을 18종에서 11종으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며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를 묻자 그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답했다.

책은 거짓 과학이 어떻게 사회와 권력을 잠식하는지 파헤친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발표한 날조 논문이 어떻게 백신 반대 운동의 상징이 됐는지부터 짚는다. 의학계가 그를 유사과학자로 규정하고 추방했지만, 그는 오히려 부당한 박해를 받은 인물로 추앙받았다. 그 여파로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서 2025년 홍역이 12개 주에서 재유행했다.

책은 더 충격적인 사례로 인도를 제시한다. 나렌드라 모디 정권은 진화학과 원소 주기율표를 서구 지식으로 치부해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삭제하고, 점성술과 고대 수학을 정규 대학 교육으로 편입하려 한다. 오컬트 신봉자를 과학자 양성 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히고, 소 오줌으로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물을 정부가 비호한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핵심을 ‘과학적 옳음에 대한 위협’이라 부른다. 과학이 사상, 종교, 정치, 권력과 긴밀히 얽혀 있는 구조,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적 사실이 가치 판단과 떼어낼 수 없이 뒤섞인 구조가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책은 백신 반대론부터 우생학, 왼손잡이 수명 단축설,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겉보기에 그럴듯한 주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악용되는지 살핀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과학적 사실과 가치 판단을 혼동하지 않는 것, 자신이 가치 중립적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 과학의 결론은 언제나 갱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진실과 허구를 가려내는 눈을 길러주는 책이다.

과학적으로옳다는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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