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여행지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알람브라 궁전에는 약 1만개의 아랍어 명문이 남아 있는데, 나스르 왕조의 표어인 ‘알라 외에 승리자는 없다’는 문구가 건축 곳곳에 반복해서 새겨져 있다. 유명 관광지의 이면에 숨은 역사도 들여다본다. 론다의 협곡 위 다리에 스페인 내전의 상처가 남아 있다고 짚는 식이다.
서거 100주년을 맞은 가우디의 건축에서는 신앙과 자연을 향한 탐구를 읽어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이름을 남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평생을 성당 건축에 바친 가우디를 통해 신앙에 삶을 바친 이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회화로 시선을 옮기면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들도 새롭게 보인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는 관람자가 왕과 왕비의 시선으로 그림 속 인물들과 마주하게 되는 독특한 구도를 살펴본다.
예술을 알고 나면 여행지의 풍경도 달라진다. 저자는 아름다운 궁전과 성당, 유명한 그림을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안에 쌓인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그림을 본다는 것은 한 예술가의 시대와 일상으로 깊이 들어가는 일”이라며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