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일진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 (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독일 현대연극 거장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재해석한 그리스 고전 비극 5부작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쉼멜페니히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으로, 2023년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스에서 초연했다.
제목은 인류세(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든 지질시대를 지칭하는 단어)를 뜻하는 독일어 ‘안트로포챈’과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를 합친 말이다. 공동체를 이룬 인간의 본성을 짚어보자는 기획 의도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프롤로그/디오니소스’(윤한솔 연출), ‘라이오스’(김수정 연출)를 선보여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올해는 ‘오이디푸스’(강량원 연출), ‘이오카스테’(서지혜 연출), ‘안티고네/에필로그’(정영두 연출)로 이어진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동시대적 감각을 자기 세계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연출가들을 각각 섭외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연 중인 ‘오이디푸스’는 익숙한 영웅 신화를 뒤집어 현대를 들여다본다. 강 연출은 오이디푸스를 장애인이자 이주민인 소수자로 그렸고, 독수리·염소·개·금강석 같은 비인간 존재들을 무대에 세웠다. 그는 “예술의 산업화와 인공지능(AI), 각종 재난 앞에서 연극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의무감을 갖고 있다”며 “이번 기획도 그런 문제의식의 일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월 28일 개막하는 ‘이오카스테’는 두 아들의 전쟁을 막으려는 어머니 이오카스테를 중심에 둔다. 테베의 일곱 성문 앞 전투에 현대의 내전 상황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등장하며 신화와 현대 전쟁터가 겹친다. 오늘날에도 되풀이되는 전쟁의 참상과 인간 욕망의 본질을 직면시키는 의도다. 서 연출은 “기존 안티고네가 정치나 사회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번 안트로폴리스의 안티고네는 제목처럼 인류학, 즉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나 싶다”며 “이번 작품은 현대성과 동시대성 등이 기존과 차별화된다”고 짚었다.
대장정의 마지막은 ‘안티고네/에필로그’가 맡는다. 정 연출은 “시리즈를 어떻게 종결할지 정해두고 연구하진 않는다”며 “안티고네로 비극이 마무리되는 만큼, 네 작품을 따라온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결말을 짓게 되는 걸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부작 전체의 무대는 임일진 디자이너가 맡았다. 그는 “색깔이 다른 연출가들의 주제를 최대한 살리면서 구조적 통일성을 지키는 게 가장 큰 숙제”라며 “하나씩 떼어 봐도 선명한 작품이고, 이어 붙이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이디푸스’는 10월 18일까지, ‘이오카스테’는 10월 28일부터 11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왼쪽부터) 임일진 무대미술가, 정영두 연출, 서지혜 연출, 강량원 연출, 박정희 예술감독. (사진=국립극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