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비발디·피아졸라의 사계…서로 대화하는 듯"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PM 07:07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비발디는 자연의 풍경을, 피아졸라는 인간 내면의 사계를 그립니다. 두 사계가 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제게 뜻깊은 작업이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사진=SH 아츠앤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사진=SH 아츠앤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영국 명문 악단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함께 녹음한 새 앨범 ‘사계’(The Seasons)를 들고 관객을 만난다.

한수진은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발매와 국내 공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앨범에는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가 담겼다. 지난해 9월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고, 지난 25일 오키드클래식 레이블로 발매됐다. 2024년 데뷔 앨범 ‘안 디 뮤지크’(An die Musik)에 이은 두 번째 앨범이자 첫 협연 앨범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영국으로 건너간 한수진은 부산과 영국 맨 섬에서 자연에 둘러싸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영국은 자연을 보존하고 가까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나라라, 거기서 나오는 음악성도 조금 다르다”며 “ECO와 작업하면서 같은 언어를 나누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안에는 한국적인 것도 있어서, 제가 그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계는 결이 다르다. 한수진은 “비발디는 계절마다 표현할 자연을 자세히 적어둔 만큼 그 지시를 따르려 했고, 피아졸라는 훨씬 감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로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테크닉보다 음악의 표정, 제스처라고 느꼈다”며 “작곡가가 지금 우리가 가진 음악적 팔레트를 알았다면 모두 활용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어 한쪽으로 쏠리는 방식은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아졸라 ‘사계’에 대해서 한수진은 “바다 옆 도시의 공기 속에 어린 소금기가 느껴진다”며 “바다와 관련된 감정이 섞여 있는 듯한 감정들을 따라가며 연주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사진=SH 아츠앤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사진=SH 아츠앤클래식)
한수진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어려움을 이겨낸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리허설 때는 교감해야 하는 파트와 눈을 맞추는 등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다”며 “소리가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듣는 방식이 달라서 다른 소리가 나는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숨겨진 축복”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사고에 직업병이 겹쳐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며 악기를 내려놓아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는 “그때 음악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깨달았다”며 “일상에 대한 감사를 되찾은 계기였다”고 전했다.

한수진은 ECO와 국내 무대에 선다. ECO의 내한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로시니 ‘현악 소나타 제1번’, 브리튼 ‘심플 심포니’에 이어 한수진이 협연하는 비발디 ‘사계’를 들려준다. 10월 2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25일 아트센터인천, 28일 대구콘서트홀,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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